"정상의 한국인 세계를 노린다"|영구 귀국한 포항공대 수학과 교수 권경환 박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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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수학은 운이나 우연이 통하지 않는 어려운 학문이며 또 과학의 기초가 되는 학문이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수학자 권경환 박사 (61·포항공대 교수)는 그러나 이 어려운 수학이 좋아 이 학문에 일생을 바치고 있다.
권 박사는 수학 중에서도 현실과는 가장 동떨어져 있다는 「위상 수학」을 전공하고 있다. 워낙 매스컴과 인연이 없는 수학의 특성 때문에 일반인으로서는 세계 수학계에서 그의 위상 또한 짐작키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AMS』라는 세계적 수학 전문지에 논문을 한편이라도 실은 국내 학자가 1백명도 채 안되는데 그는 혼자 15편이 상의 논문을 실었다는 기록을 들어 많은 학자들이 그를 세계적인 수학자로 꼽는다.
또 1년 분도 타내기 힘들다는 미국 과학 재단의 연구비를 최근 미국에서 귀국하기 전까지 무려 18년 연속으로 받았다는 사실도 권 박사의 세계 수학계에서의 위치를 추정케 한다.
이런 그가 추정 37년간의 미국 생활을 마치고 드디어 못내 그리던 고국에 지난 8월16일 영구 귀국, 포항공대에 정착했다. 「우리 학생을 꼭 가르쳐보고 싶었던」 권 박사의 꿈이 성사된 것이다.
경기중 입학 후부터 수학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인 권 박사는 52년 서울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이듬해 미국 미시간 대학으로 유학의 길을 떠났다. 『궁핍했던 당시 수학을 전공하며 방정식이나 푸는게 다소 죄스럽기는 했지만 수학이 너무 좋아 어쩔 수 없었다』고 권 박사는 회고한다.
58년 미시간 대학에서 수학 박사 학위를 받은 권 박사는 위스콘신대 등에서 초빙 강사로 전전하다가 65년 미시간 주립대학 (미시간 대학과는 다름)에 정착했다. 그는 그곳에서 훌륭한 논문을 많이 내고 연구 실적도 좋아 매년 실시하는 교수진급 심사에서 꾸준히 승진, 83%년 학과장 자리에 올랐다.
낙천적이고 유머가 풍부하기도 한 권 박사지만 공부에 관한한 『목숨을 내걸고 싸우는 기분으로 해야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수학처럼 돈도 따르지 않고 실생활과 연관이 없는 학문에서 이같은 자세는 더욱 절실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권 박사는 『누구에게나 공평히 대해야 하고 또 공평한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산다. 1남 3녀를 둔 그는 방이 셋인 집에서 살 때 『아버지 방에만 에어컨이 설치돼 있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자식들의 이의를 받아들여 3년에 한번씩 돌아가며 에어컨을 사용한 적도 있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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