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풍수학] 수도 삼아도 좋을 중원의 명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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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필자는 지난 대통령선거 전에 칼럼을 쓸 기회가 있을 때마다 ‘청와대를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입후보자에 따라서는 이를 선거공약으로 내걸기도 해 실현 가능성이 엿보였다. 그런데 이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수도를 옮기겠다고 한 후보가 나왔다. 결과는 이들의 승리로 돌아갔다.

이와 관련해 현재 행정도시로 결정된 연기군 일대를 비롯해 몇 곳이 후보지로 거론됐다. 이때 필자는 제시된 4곳의 후보지에 대해 풍수적으로 모두 적합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굳이 수도에 버금가는 행정도시를 건설한다면 충주 일대에서 찾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전회에 언급한 원주 기업도시와 같은 지식기반 도시로 충주도 지난해 선정됐다. 이를 제안한 공공기관은 충청북도와 충주시 그리고 대한주택공사다. 또 이에 참여하는 기업은 포스코건설과 이수화학, 동화약품, 임광토건, ㈜대교D&S 등이고 대학은 국립충주대학과 건국대 충주캠퍼스, 극동정보대학 등이다.

충주 기업도시는 충주시 주덕읍과 이류면 그리고 가금면 일대의 약 210만 평을 대상으로 잡고 있다. 이들 지역의 어디가 얼마만큼 수용될 것인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지 않다.

주덕읍과 이류면, 가금면은 과거 중원군에 속하던 지역이다. 충주시와 중원군을 도농복합도시로 통합하면서 중원군은 충주시로 편입됐다. 필자가 굳이 충주 일대를 행정도시 후보지로 상정한 것은 이곳이 ‘중원’이기 때문이다. 남북통일을 예상해 새 수도를 임진강 유역으로 옮기지 않는 한, 우리 국토의 중원은 충주 일대다. ‘중앙탑’이나 ‘중원 고구려비’가 이를 말해준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충주 기업도시로 예정된 지역을 살펴보자. 주덕읍과 이류면을 남북으로 나누는 개천이 요도천이다. 이 개천은 주덕읍을 주덕평야라고 부를 만큼 넓은 들을 이곳에 제공한다. 또 흥미있는 것은 요도천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흘러 달천을 만나고 달천은 북으로 나아가 남한강과 만난다. 남한강은 동에서 서로 가금면을 안고 돌아나가 여주 쪽으로 빠진다.

외당수인 남한강과 내당수인 요도천이 강남의 지형을 옮겨놓은 것과 비슷한 점에서 일단 신도시로서는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여기에다 주변의 산세 또한 뛰어나다. 남쪽의 어래산은 일찍이 조선 태조가 배극렴을 초빙하기 위해 세 번 방문한 데서 이름을 얻었고, 서남쪽에는 가섭산이 큰 인물을 기약하고 있다. 서쪽에는 수레의산과 남산이 이중으로 감싸고 북에는 자주봉과 병풍산이 차가운 북풍을 막고 있다.

주덕읍 남쪽에서 북쪽을 보면 다소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높은 산들이 북풍을 막고는 있지만 주종관계가 분명치 않다. 어느 산이 대장이고 부하인지 구분할 수 없다는 점이다. 굳이 후한 점수를 준다면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지만, 자칫 중구난방을 가져올 수 있다. 이에 반해 북쪽에서 남쪽을 보면 조산(朝山)들이 모두 북쪽을 포근히 안아주는 모습이다.

당연히 기업도시의 중심은 북쪽, 주덕읍 당우리 일대에 들어가야 한다. 당우리에는 유동(버들골)·봉동이란 동네들이 있어 장차 이 일대에 들어설 BT나 IT 클러스터와 하늘이 인연을 맺어 놓고 있다. 당우리 이외에 장록리·화곡리 등이 있지만 이들 지역은 소규모 자연부락 지대여서 산업용지보다는 주거용지로 적합하다.

이류면과 가금면은 상업지역으로 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두 지역 모두 물과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수도가 옮겨올 만큼 좋은 입지조건을 갖춘 충주 기업도시는 당초 목표대로 완공되면 세계적으로 소개할 만한 모범도시가 될 것이다. 이는 이 지역에서 유엔사무총장을 배출한 점에서도 확인된다.

최영주 언론인·풍수지리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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