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약 오·남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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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많은 의료전문가들은『우리나라 사람들이 세계에서 가장 약을 많이 먹는 국민중 하나일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약은 병을 치료하는데 도움이 되는 물질임에 틀림없지만 조심스럽게 사용하지 않으면 오히려 「약화」를 불러올 수 있다.
서울대의대 신상구 교수(약리학)는『건강한 사람은 약을 먹지 말아야 한다. 약은 제아무리 좋은 것이라 해도 인체에 이롭지 못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실은 약을 복용하지 않아도 될 많은 사람들도 쉽게 약을 찾도록 유도하고 있다. 한양대의대 김이영 교수(신경정신과)는『각종 약 광고가 우리나라처럼 많은 나라도 드물다』며 외국과 달리「처방 약」과「매약」의 구분이 없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구미 등 외국의 경우 일반인이 약국에 가서 임의로 사 먹을 수 있는 약은 극히 제한돼 있다. 즉 대부분의 약은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만 조제가 가능하다.
이같은 상황에서『약물의 오·남용이 없다면 오히려 비정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약물의 오용=특정약물을 원래 치료목적과는 다르게 잘못 사용하는 경우로 항생제·스테로이드 제제·이뇨제가 대표적이다.
이중 항생제는 각종 감염증치료에 빈번히 사용되는 약제로 약물오용의 대표주자격. 예컨대 감기에 걸리면 정확한 진단 없이 증상만 보고 무조건 처방함으로써 오히려 감염 균의 내성만 길러 준다는 것. 미국 등 외국에서는 항생제 사용범위와 양을 엄격히 규제한다.
이 때문에 같은 항생제라도『외국에서 유행하는 균은 잘 죽이는데 국내의 균에는 맥을 못 추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같은 문제는 스테로이드제 제에서 더욱 뚜렷해 장기복용으로 고혈압·위궤양 등을 앓는 사람도 많다고 신 교수는 말한다.
스테로이드제 제는 체내의 코티솔이라는 호르몬의 분비를 억제하는데 코티솔이 부족하면 각종 정신적·물리적 스트레스에 대한 인체의 방어력이 약해진다.
이뇨제 역시 오용사례가 많은 약물. 얼굴이나 몸이 부을 때, 혹은 날씬해지려고 이를 복용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과용하면 불면증·혼수상태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약물의 남용=약물을 탐닉하는 행위로, 예컨대 마약·코카인은 향 정신성의양품, 습관성의약품 등을 쾌락 등에 이용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 또 일부 진해거담제도 남용하면 환각작용을 일으키므로 주의해서 사용해야 한다.
이런 약품들을 남용하면 자칫 정신이 황폐해질 뿐더러 심하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독물이다.
◇약물의 상호작용=두 종류이상의 약을 복용할 때는 꼭 전문가의 처방을 받도록 해야 한다. 약물이 서로 화학적으로 반응,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잠이 오지 않아 수면제를 먹고 다시 술을 마실 경우 두 물질의 상호작용으로 의식상실·호흡곤란 등 이 올 수 있다.
또 진정제와 수면제를 병행 복용하는 것도 자칫 사망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감기 약에 진통진정제를 섞어 먹는 것도 알레르기반응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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