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연구중심 돼야 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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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폐교론'이 나오는 등 한국 사회에서 서울대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대 교수들이 나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서울대교수협의회(회장 張浩完)가 29일 외부 인사와 교수.학생 등 80여명을 초청한 가운데 '한국 사회에서 서울대학교는 무엇인가'란 주제의 토론회를 연 것.

첫번째 주제발표에 나선 중앙일보 권영빈(權寧彬)편집인은 "교수 연구.국제화.교육여건 등 여러 부문에서 서울대는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은 대학"이라며 "해마다 대학발전방안 마련을 위해 토론이 이뤄지지만, 토론을 위한 토론에 그칠 뿐 서울대는 그대로 남아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權편집인은 "기초과학 교육과 연구중심 대학에 방향을 맞추고 전체 학생 수를 3천명 이하로 줄여나가야 한다"며 "교수도 보람과 긍지를 느끼도록 품위를 지킬 수 있는 수준의 봉급이 주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교육부 통제에서 벗어나야 하며, 총장 직선제도를 바꾸는 등 제도적 개혁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서울대 서진호(徐鎭浩.농생명공학부)교수는 "부교수.정교수로 승진할 때 연구업적 수준을 보면 처음 교수로 임용될 때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다"며 "서울대 교수들의 업적 관리와 승진제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두번째 주제발표에 나선 김우창(金禹昌)명예교수는 "대학은 보편적 이성의 능력과 전문적 작업수행 능력을 길러야 한다"며 "서울대는 다차원적 사고의 능력을 훈련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운찬(鄭雲燦)총장은 "우리가 배출한 인재를 사회에서 부정적으로 보며, 서울대 폐교론과 망국론이 나올 만큼 서울대가 위기에 처했지만 자신을 진지하게 되돌아봄으로써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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