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지하철 건설 제때 완공 어렵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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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제2기 지하철 조기건설계획이 중앙정부의 무책임한 지원약속과 서울시의 비현실적인 공사비 책정으로 차질을 면키 어려울 것 같다.
기존 지하철 건설로 이미 2조1천억 원의 빚을 지고 있는 서울시는 당초재정형편상 92년까지 5호선(김포∼고덕)의 외곽구간과 기존 2, 3, 4호선의 연장공사만 하고 6호선(역촌∼신내), 7호선(상계∼광명), 8호선(성남∼암사)및 5호선 도심 및 거여 구간은 93년∼2001년 사이 건설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대도시 교통난을 풀어 나갈 방법은 지하철의 조기확충밖에 없다는 정부의 판단에 따라 대통령지시로 2월초 대도시교통대책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가 구성됐고 4월초 공사비 30%의 국고지원방침이 결정되면서 서울지하철건설을 조기 착공키로 계획을 수정했다.
서울시는 이에 따라 소요예산을 3조9천억 원으로 추정, 시 예산 30%, 국고무상지원 30%,차관 등 부채40%로 건설할 수 있다는 계산을 세우고 6월말 5호선 외곽구간 공사에 착공했다.
그러나 8월초 경제기획원과의 실무협의과정에서부터 일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서울시는 91년 분 공사비 7천4백억 원 중 30%에 해당하는 2천5백억 원의 무상지원을 요청했으나 기획원 측은 이자가 붙는 2백억 원의 재정특별융자를 제시했다.
기획원 측의 논리는『서울시는 상대적으로 재정자립도가 높은데다 88년9월 담배소비세 (연간 4천억 원 상당)이양 때 일부를 지하철건설에 쓰기로 했으므로 시 예산으로 공사를 진행시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서울시의 입장에서 보면 중앙정부가 뒷감당계획도 없이 지원약속을 해 놓고는 바로 위약을 하는 셈이었다.
서울시는 기존 지하철이 정부지원 없이 74%를 빚으로 건설, 현재 2조1천억 원의 부채를 지고 있는데 다 91∼92년 사이 도시고속화도로건설, 쓰레기 매립 장 이전 등 수천 억 원씩 드는 대규모사업이 집중돼 약속된 국고지원 없이는 지하철 추가건설이 불가능하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서울지역 국회의원들을 내세워 재검토를 촉구했다.
또 담배소비세의 지하철건설비 활용은 대폭적인 조기건설계획 이전의 얘기로 조기착공 방침을 위해서는 도저히 시-도 예산으로 지하철 추가건설을 감당키 어렵다고 주장했다.
시는 워싱턴·런던·동경 등의 경우도 대규모 예산이 소요되는 지하철의 공익성을 감안, 중앙정부가 50∼80%의 국고지원을 했다는 사실도 제시했다.
대도시 교통대책위원회는 8월 하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하철사업 특별회계를 설치, 휘발유에 부과되는 특별소비세의 10%를 지하철재원으로 돌렸으나 액수가 적어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서울시 측은 민자당을 집요하게 설득, 9월초 당정협의에서 특소세 전용비율을 15%로 높였으나 정부측 법안에는 반영되지 않고 10월 국회에 책임이 떠넘겨진 모호한 상태다.
그러나 15%로 확정되어도 서울시 지원액은 1천억 원 미만이고 이런 상황이 매년 거듭될 전망이어서 지하철 추가건설계획 전체가 흔들리게 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서울시의 공사비총액 계산도 80∼85년 단가로 돼 있어 1천6백억 원의 추가예산소요가 발생, 재원조달계획이 뿌리째 흔들리는 상황에 이르렀다.
지하철과 같은 중요사업을 구체적 재원조달 계획 없이「정치적 차원」에서 추진하려 했던 중앙정부도 문제지만 실제 사업주체가 돼야 할 서울시도 비현실적인 공비와 공기책정 등을 함으로써 시민들에게 큰 불편을 초래케 한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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