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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잠긴 공단 일손놓고 허탈/장대비… 중부지역 피해 속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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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곳곳 차량통제… 지하철 북새통/하수역류 주민2천명 옥상대피/한강변 인부20명 고립 헬기구조
시간이 지나면서 서울ㆍ중부지역의 폭우피해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11일 오전부터 매시간 40㎝씩 높아지는 한강수위로 인근주민들은 긴급대피준비를 하느라 정신이 없으며 탁류로 변한 물은 도로변에 세워둔 유조차를 떠내려 보낼 정도로 점차 거세지고 있다.
학교가 물에 잠겨 곳곳에서 휴교사태가 벌어졌으며 인천ㆍ부평공단에선 공장침수로 조업중단이 속출하고 있다.
서울 시내에선 40여곳의 교통이 두절,11일 오후2시 현재 사실상 교통마비사태를 빚고 있다.
○…서울 송정동 73 동사무소부근 주택 7백여채에는 오전5시부터 하수가 역류돼 집안에 물이 스며들기 시작,오전9시부터 흙탕물이 가슴높이까지 차올라 주민 2천1백여명이 옥상으로 올라가거나 인근 장안국민학교로 대피했다.
주민들은 점점 물이 차오르자 모래주머니 등으로 물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가게의 문턱을 막거나 세숫대야와 양동이까지 동원,방안에 괸 물을 퍼내는 등 물과의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주변도로는 오전10시부터 깊이 70㎝가 넘는 물바다를 이뤄 차량통행이 전면통제되고 주민들도 허리까지 차오르는 물길을 헤치며 간신히 통행.
올림픽공원 주위의 물바다는 남한산성에서 성내2유수지쪽으로 빠져야 할 물이 성내2유수지의 수위가 높아지는 바람에 탄천쪽으로 역류해 일어났다.
송파구청관계자는 『너무 많은 비가 와 유수지의 유역이 서로 달라 각 유수지마다 물이 다른쪽 유수지로 넘쳐흐르는 현상을 빚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도로가 수로로 이용되는 셈』이라고 비유.
○…홍수때 서울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알려진 성내동 성내2유수지부근에는 이른아침부터 시청관계자와 주민들이 몰려나와 시간따라 불어나는 흙탕물을 안타깝게 지켜보며 초조해 하는 모습.
특히 오전10시부터 지하철 성내역주위를 통과하는 노선버스들이 완전 두절되 성내역에 내린 2천여명의 승객들이 유수지주변 둑으로 몰려나와 장사진.
○…서울 송파구와 강동구일대의 다세대주택과 일반주택의 지하실은 이른 아침부터 침수가 돼 주민들이 가재도구를 옮기는 등 이번 폭우에 가장 피해가 컸다.
주로 셋방살이를 하는 이들 주민들은 주인의 양해를 얻어 2층이나 옥상으로 가재도구를 옮겼는데 『전세값을 줄이기위해 지하셋방살이를 하고 있는데 폭우피해까지 집중적으로 당하니 더욱 서럽다』고 울상.
한편 강동ㆍ송파지역의 고층아파트들은 84년 큰 물난리를 당한뒤 지하에 있던 전기실을 옥상으로 옮겨놓는 등 홍수에 대비해 모든 준비를 갖춰 느긋한 표정들.
○…84년 유수지붕괴로 큰 물난리를 겪었던 서울 합정동ㆍ망원동일대 저지대주민들은 미니버스 등에 가재도구를 싣고 간선도로로 나와 주차시키는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모습.
이곳은 망원동유수지 펌프가 정상가동돼 주택가 일부 도로에만 물이 찼을 뿐 별 피해가 없는데도 주민들은 84년의 수해공포때문에 전전긍긍하는 모습들.
○…서울 상암동 482 난지도부근 9백60여가구 4천여명의 주민들은 계속 내린 비로 11일오전 50㎝가량 물이 불어나자 인근 상암국민학교로 긴급 대피.
동사무소측은 오전10시40분쯤부터 긴급방송을 통해 상암국교로 대피할 것을 종용했으나 일부지역의 경우 불어난 물이 허리까지 차는 바람에 어려움을 겪었다.
동사무소측은 상암국교의 각 교실마다 가구별로 임시숙소를 마련하고 수재민이 계속 늘어날 것에 대비,구급약품ㆍ양초ㆍ라면을 마련.
또 상암동 한강변 거북선제작소소속 인부 20여명이 한때 고립됐으나 오전9시3분쯤 소방대소속 헬리콥터가 긴급 출동,구조했다.
○…인천시 도화동 인천기계공단일대가 무릎높이까지 침수,54개업체의 일부지하실이 침수됐고 종업원들도 출근을 제대로 못해 조업에 차질을 초래.
부평 4공단과 가좌동 5,6단지 일부업체들도 지하실이 침수되는 등 피해를 보았으나 정확한 피해정도는 미처 집계되지 않고 있는 상태.
이 바람에 각 공장마다 물이 잠긴 자재들을 옮기고 기계를 보호하기위해 안간힘.
이에앞서 10일 오후10시30분쯤 인천시 신흥동 안국아파트지하 변전실 2백여평이 1m쯤 침수,정전되면서 15개동 6백91가구,2천4백여명이 암흑속에서 밤을 새우는 등 큰 곤욕.
○…원주시는 11일 오전7시쯤 제2수원지 침수로 시 전역에 급수가 전면 중단 되면서 폭우속에 때아닌 식수난.
시당국은 침수사고후 8백마력짜리 양수펌프를 응급가설,오전10시30분쯤부터 다시 급수를 시작했으나 평소 급수량의 절반도 안되자 소방차 7대ㆍ시 급수차 1대를 동원,고지대등지에 급수작전을 펴기도.
시관계자는 『현재로는 필요량 5만t보다 1만5천여t가량이 부족,당분간 식수부족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ㆍ경기지역의 수해가 계속 늘어나자 11일 아침부터 춘천지역의 가족안부를 묻는 전화가 폭주,춘천전신전화국 시외선이 자주 불통돼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춘천전신전화국의 서울방면 시외전화 3백48회선은 11일 오전8시부터 시간당 통화량이 16만건으로 평소 3만8천여건의 4배를 초과.
이때문에 서울통화를 위해 20∼30여분씩 다이얼을 계속 돌려야 해 서울ㆍ경기지역에 가족을 둔 주민들은 애를 태우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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