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설립 주거지역과 일정거리 의무화|개신교 "종교탄압" 발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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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교회가 인근 주거·생활공간으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가져야 설립될 수 있다는 행정당국의 주장과, 어느 곳에서나 자유롭게 세워질 수 있다는 개신교 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같은 대립은 앞으로 정부의 법 정신고수와 개신교 측의 신앙자유확보주장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회장 박맹술)는 지난달 20일 성명서를 내고『정부가 단독주택·근린생활시설·일반상가 등을 분양, 또는 임대하여 선교하는 목사와 임대한 건물주(전국 2백 곳)를 고발하여 벌금형으로 형사처벌하고 일부에 대해서는 강제철거에 나서겠다고 한 것은 헌법 제20조에 명시된 종교자유에 대한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개신교 측은『이같은 조치를 가능케 하는 현행 건축법시행령을 철폐하라』고 요구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한국교회 1천2백만 성도와 성직자들은 기독교선교를 탄압하는 현정권의 퇴진을 요구하고 이 사실을 전세계교회에 알리겠다』고 밝혔다.
문제의 발단은 정부가 89년 하반기부터 전국의 상가·근린생활시설이 입주하고 있는 교회에 대한 조사에 나선 것에서 생겨났다.
이 결과 많은 상가입주교회가 교회시설로의 용도변경을 하지 않고 입주해 있는 것이 밝혀져 용도변경신청을 하도록 지시 받았다. 이 지시에 따라 대부분의 상가입주교회는 용도변경신청을 했는데 일부교회는 건축법 시행령에 규정하고 있는 다른 생활공간과의 일정한 거리 (대지 경계선으로부터 2m이상 떨어져 있어야 함)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 용도변경이 불가능하게 됐다.
이런 사례가 생기자 서울 양천구 목동·노원구 상계동 등 상가지역 입주교회들이 집단적 반발을 보였고 급기야 개신교 전체의 문제로 부상되었다.
한국기독교총연합은『상가 등에 위락시설을 허가하면서 유독 교회개척만을 불허하는 당국의 처사는 불합리하다』고 말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모이고 예배한다고 해서 설립에 제한을 두는 것은 종교의 신앙자유를 침해하고 신앙행위를 이해하지 못하는 발상에서 나온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정부당국은『판매시설, 공해 공장, 관람시설, 일정규모 이상의 숙박·업무시설 등에도 제한규정을 두고 있다』면서『최소한의 생활환경을 보존하자는 것이 법 정신이며 종교시설도 이에 포함된다』고 맞서고 있다.
한 관계자는 『지난82년 건축법 시행령 부표 건축물의 용도분류법이 만들어져 이같은 규정이 생겼으며 88년 대통령선거 때의 공약으로 제한거리 3m를 2m로 축소하기까지 했다』면서 이 법은 예외 없이 지켜져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개신교 측의 입장은 강경하다. 성명서는 이같은 조치가 8·15이후 역대정권에서도 유례가 없는 교회탄압이며 반 기독교적인 정책이라고 보고 정부가 고소하여 벌금형, 또는 재판 계류중에 있는 목사와 건물주들의 처벌사면, 벌금과 과태료 즉시 환원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기독교 총 연합회의 대응에 대해서는 교회내부에서 다른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 교계신문은 사실에서『법률상 교회가 입주할 수 없는 곳에 교회가 차려진 곳이 있다』면서『미국에서는 공장지역에는 공장만, 창고지역에서는 창고만, 주거지역에도 교회설치지역에만 교회를 세울 수 있게 되어 있다』고 예를 들면서 법을 지킬 것을 호소했다. 사설은 이같은 일로 우리나라를 교회탄압을 자행하는 나라로 세계에 알리는 것은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생활환경보전·신앙자유에 대한 몰이해로 맞선 정부·개신교의 대결은 개신교가『이문제로 대통령면담을 요청한지 2개월이 지나도록 반응이 없다』면서 강경 대처를 다짐하고 있어 쉽게 해결되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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