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총리회담 경호경비 지휘/서울 강남경찰서 구홍일서장(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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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북측의 취재방해주장은 어거지/전대협간부연행 어쩔수 없었다”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우리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북한손님들에게 그대로 보여주면서도 빈틈없는 경비를 펴야 한다는게 가장 힘들었습니다.』
「평화30 작전」으로 명명된 3박4일 동안의 남북총리회담 경비를 총책임졌던 서울 강남경찰서 구홍일서장(50ㆍ총경).
구서장은 처음에는 8개중대 1천명,전대협 학생들의 회담장 진입기도가 있었던 5일부터는 12개중대 1천5백명의 경찰병력을 총지휘,회담장인 인터컨티넨탈호텔은 물론 관할지역내에 있는 청담동 삼원가든의 오찬,롯데월드호텔의 만찬장 경비를 무사히 치러냈다.
『2일부터 경비근무를 개시한 이후 가장 곤혹스러웠던 순간은 전대협학생들과 전대협 간부들이 북측 대표와 접촉하기 위해 호텔로 찾아왔을 때 이들을 강제연행할수 밖에 없었던 일이었습니다.』
구서장은 강제연행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지는 등 우리측의 흉한 모습을 보인데 대해 『어쩔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구서장은 그러나 도로변이나 호텔 주위에 몰려든 시민들에 대한 북한측 기자들의 즉석인터뷰 등 모든 것을 개방했다며 북측의 취재방해 주장은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구서장은 특히 북측 기자들이 로동신문과 책자 등을 시민들에게 배포하며 선전공세를 벌였을 때도 「그 내용이 뻔한것 아니냐」는 생각으로 막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대협 학생들을 경찰이 연행하는 과정을 촬영해 북한 기자들이 의기양양했다는 보도를 보았습니다만 그건 엉터리입니다. 그들에게 사진을 찍힌 사람은 전대협학생이 아닌 강남경찰서 전경관리반 소속의 이준섭경위(30)입니다.』
당시 이경위가 학생들로부터 수거한 플래카드를 들고 길 건너편 경찰버스로 가던 도중 외곽 경비를 위해 지원나온 타서 기동대가 이경위를 학생으로 오인,덮치는 장면을 북한 기자들이 촬영,이같은 해프닝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는 회담기간중 하루 2∼3시간씩 밖에 눈을 붙이지 못했지만 역사적인 회담을 대과없이 치러냈다는 데서 큰 보람을 느낀다며 이것은 어디까지나 시민들의 성숙된 자세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이철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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