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자 석방 신축 검토/정부 빠르면 평양회담 전후 결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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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혁명가극 서울 공연도 용인/내달말 적십자회담 재개 연내 고향방문성사 추진
정부는 제1차 남북 고위급회담이 순조롭게 끝나고 10월 평양에서의 제2차 회담 개최가 거의 확정됨에 따라 남북대화 분위기 조성에 도움이 되게끔 북측이 요구했던 문익환목사ㆍ문규현신부ㆍ임수경양 등 방북구속자 석방문제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는 적십자 본회담 재개와 이에따른 2차 고향방문단 교류를 성사시키기 위해 북측이 요구했으나 우리가 거절했던 『꽃파는 처녀』등 북한 혁명가극의 서울 공연을 적극적으로 검토중이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9일 『임양등은 명백한 실정법 위반으로 처벌되어야 마땅하나 남북관계가 호전되고,노태우대통령의 민족대교류및 남북 자유왕래 선언도 있어 방북자문제를 신축성 있게 다루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고 전제,방북인사들의 반성이 있고 또 이들의 존재가 남북 관계진전에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정치적 판단이 서면 사면ㆍ형집행정지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정부는 임양등을 오는 10월16일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 고위급회담 전후,또는 10월말이후로 예상되는 제11차 적십자 본회담 개최및 고향방문단ㆍ예술단 교환시기에 맞춰 석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며 이번 서울 남북 총리회담에서 연형묵총리에게 그 가능성을 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지난해 12월2일 성사일보직전까지 갔던 2차 고향방문단 교류가 마지막 단계에서 예술단 공연에 혁명가극을 포함시키겠다는 북측의 주장으로 결렬된 바 있다』고 상기하고 『그러나 고위급회담으로 진전된 대화분위기를 고려,이번에는 북측의 주장을 수용할 수 있다는 게 우리측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연내 고향방문단 교류를 위한 적십자 본회담 재개를 10월말께로 잡고 있다.
당국자는 『「꽃파는 처녀」나 「피바다」가 지주계급의 잔혹성을 다소 왜곡하고 있고 무장혁명을 선동하는 내용이긴 하지만 이제는 우리의 국민의식이 이를 소화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 정부내의 인식』이라고 말했다.
당국자는 『그러나 우리측이 이를 받아들이면 「피바다」등을 대학구내에서 공연했다 하여 구속기소된 대학생들에 대한 실정법 집행상 문제가 생기나 공연 주체가 북한일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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