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4개 중 3개는 코스피보다 못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8면

올해 들어 증시가 계속 1300선에서 맴돌면서 펀드 수익률도 신통치 않다. 특히 펀드들이 주로 편입한 우량주들의 주가가 부진해 수익률이 코스피지수를 쫓기도 버거운 실정이다.

◆ 코스피지수도 못 따라가는 펀드 수익률=1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수탁액 100억 원이 넘는 161개 주식형 펀드의 올해 수익률(10월30일 현재)은 평균 -2.93%였다. 코스피지수를 그대로 따라 움직이도록 설계된 인덱스펀드의 수익률(0.15%)은 물론, 코스피지수의 올해 등락률인 -0.75%보다도 낮다. 투자자들이 매년 지급해야 하는 각종 펀드 수수료까지 감안하면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개별 펀드의 수익률을 들여다보면 결과는 더욱 비참하다. 161개 펀드 가운데 코스피지수보다 좋은 성적을 낸 펀드는 39개. 주식형 펀드 4개 가운데 3개가 지수보다 못한 성적을 거둔 셈이다.

이처럼 펀드 수익률이 평균조차 따라잡지 못하는 것은 지난해 증시 활황으로 주가 상승여력이 큰 '저평가 가치주'들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크게 오를 종목이 귀해지다 보니 예전처럼 특정 종목을 편입해 평균 이상의 수익률 올리기가 힘들어졌다는 얘기다.

개인들이 직접투자 대신 간접투자로 방향을 바꾼 것도 한 몫을 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예전처럼 기관.외국인의 매물을 덥석 받아주던 개인들이 사라지다 보니 펀드매니저.전업투자자 등 전문가들의 수익률 경쟁이 심해지고, 이에 따라 코스피지수만큼 수익을 내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제로인 우현섭 펀드애널리스트는 "우리나라도 간접투자문화가 정착되면서 펀드간 실력 격차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며 "앞으로는 우량 중소형주를 얼마나 잘 발굴해내느냐가 펀드 수익률을 좌우하는 핵심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 주식형 펀드도 여러 개로 나눠서=전문가들은 이런 때일수록 더욱 원칙을 지키는 펀드 투자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원칙 투자'는 시장이 좋을 때보다 요즘처럼 불확실할 때 그 위력을 발휘한다.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한 게 '분산투자'. 같은 주식형 펀드도 여러 개에 나눠 가입하면 투자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증권 박미경 PB본부장은 "주식.채권 등에 투자하는 '정통펀드'에 나눠 가입하고 자금의 일부는 부동산.실물 등 대안 펀드에 가입하는 게 좋다"며 "만기도 분산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매년 내야하는 수수료도 필수 체크 포인트. 특히 요즘처럼 수익률이 신통치 않을 때는 해마다 많게는 2% 이상 때어가는 수수료가 큰 짐이다.

손해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