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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폭력」의 감시자 「호루라기」 전화상담 주은희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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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매를 아끼면 아이를 그르친다」는 경구가 있을 정도로 옛날부터 교육과 매는 불가분의 관계를 맺어왔다. 그러나 「매는 교육상 과연 필요한 것인가」라는 논쟁이 계속돼왔다. 소위「사랑의 매」라는 통념에 맞서 「매맞는 아이, 멍드는 사회」를 내걸고 매를 반대하고 나선 여성이 있어 눈길을 모은다.
지난 1일 개설된 교육폭력상담전화 호루라기(276-2942)를 이끌어 가고있는 주은희 박사(35·교육심리학·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상담분과위원장)는 바로 가정과학교에서 저질러지는 교육폭력에 대항하는 「파수꾼」이다.
그는 『호루라기를 찾는 상담전화가 하루평균 30건을 넘고 있어요. 이처럼 상담이 폭주할 줄은 미처 예상치 못했습니다』며 『상담원들이 점심을 먹을 겨를조차 없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호루라기가 하는 일은 ▲전화상담을 통한 사례접수 ▲긴급상담사례에 대한 조회와 중재 ▲피해자를 정상상태로 회복시키기 위한 상담과 치료 등이다. 상담대상은 주로 가정이나 학교에서 자주 얻어맞거나 언어적·정신적 폭력으로 인해 정서적 장애를 겪고 있는 어린이와 청소년 등.
그리고 습관적으로 체벌에 의존해서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 또는 학교에서 체벌을 받았거나 불량청소년들에 의해 상습적으로 금품갈취 또는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는 자녀를 둔 부모, 그리고 학생의 문제행동에 적절히 대응할 수 없어 곤란을 겪는 교사 등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호루라기 상담은 월∼토요일 오전 9시∼오후 5시에 받고 있는데, 상담원들은 전직교사 또는 상담경험이 있는 20명의 주부자원봉사자들이다.
주 박사는 『상담이 들어오는 사실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 대안을 제시한다』고 말하고, 매주 화요일마다 상담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사례를 분석하고 대응책을 함께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체벌이 발생하는 것은 가정이나 학교에서 어린이·청소년들이 일으키는 문제행동에 어른들이 적절한 대응방안을 찾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분명하게 바로잡지 않으면 안된다」는 강박관념이 어른들의 머리 속에 남아 있어 쉬운 방법으로 매를 드는 것이지요.』 『상담전화의 약 80%가 현재 자녀를 때리고 있는데 매를 들지 않고 문제행동을 고치는 방법을 묻는 부모들의 문의』라고 말한 주 박사는 『주거환경·생활양식·가치관 등 모든 것이 변화하고 있는데 「사랑의 매」만 고수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그가 문제시하고있는 것은 교육의 구조적 모순으로 파생되는 체벌. 담임교사가 반 성적을 올리기 위해 「×점 1대」식으로 학생들을 때리고 있는 것이라든지, 보충수업·자율수업을 거부한다고 해서 징계하는 것 등은 모두 대학입시일변도의 교육에서 저질러진 잘못이라는 것이다.
『호루라기 전화는 교사에 대한 대항체가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교육협력체의 하나로 학부모들이 교육운동을 벌이고 있다는 것을 이해해줬으면 합니다.』
주 박사는 호루라기 전화개설이후 몹시 바빠진 자신에게 보란 듯이 다섯 살 박이 아들이 「매맞는 아이, 멍드는 사회」스티커를 장롱·책꽂이·화장대에 붙여놓고 『매를 때리면 즉시 전화 걸겠다』고 으름장(?)을 놓고있다며 어린이들이 단체기합을 받지 않는 학교생활을 할 수 있게되는 날을 소망한다고 말했다. <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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