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 응징 “발 맞추기”/미­소정상 「하루만남」왜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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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군사행동 이해촉구/해결책보다 단결 과시
미 소 두나라 정상이 쿠웨이트 사태의 해결을 위해 3개월만에 다시 만난다.
미국은 이번 회담이 중동사태때문만이 아니고 전략무기 감축ㆍ유럽의 재래식무기감축ㆍ아프간사태등 현안을 폭넓게 다룰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회담이 미국의 주도로 갑자기 주선됐다는 점과 단 하루라는 짧은 회담일정등으로 보아 이라크사태가 주로 거론될 것이 분명하다.
쿠웨이트 사태 발발이후 미 소는 어느때보다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해왔다.
사태발발직후 베이커 미 국무장관과 셰바르드나제 소 외무장관은 이라크를 비난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으며 잡음이 있기는 했으나 소련은 미국이 주도하는 유엔결의안을 따라주었다.
그러나 이 지역에 대한 미국의 무력배치가 점점 증강되면서 소련은 미국의 숨은 의도를 의심하면서 우려의 반응을 보였다.
벨로노프 소 외무차관은 『이번 사태가 끝난다 하더라도 미군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떠난다는 보장이 없다』면서 『소련은 결코 미군의 사우디아라비아 배치를 동의하지 않았다』고 소 의회에서 증언했다.
미국으로서는 소련의 이같은 태도변화를 심각하게 생각지 않을 수 없었다.
만일 소련과의 틈이 벌어지게 된다면 이라크의 후세인이 당장 이를 이용하려 할 것은 물론,국제사회의 단결도 자연히 느슨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이라크봉쇄에 구멍이 뚫릴 소지가 높고 미국이 우방으로부터 거두어들이려는 분담금도 제대로 걷힐리도 없다.
미국은 이번 회담에서 사태해결을 위한 손에 잡힐 수 있는 성과보다는 미 소 정상이 이라크에 대한 일치된 입장을 표명함으로써 국제적 단결을 과시하는 상징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미 소 정상이 이라크에 대한 공동의 견해를 피력할 경우 탈냉전시대의 지역분쟁에 대한 하나의 모델이 나올 것 같다.
이데올로기 쇠퇴로 미 소 양대세력의 힘이 공백이 되어가는 상태에서 지역분쟁발발 가능성이 어느때보다 높아가는 시점에 미 소가 분쟁해결을 위해 상호협조하는 전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고르바초프대통령이 줄곧 외교적 타결을 강조해온 점이나 소련과 이라크의 친근관계로 보아 정상회담을 통해 소련의 중재활동이 개시되리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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