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패 못가린 「총성없는 전쟁」/중동사태 한달째… 미ㆍ이라크“손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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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아랍서 위상강화… “침략자” 낙인 이라크/막대한 전비… 국제정치 주도권 미국
중동위기 발생 한달째를 맞은 이라크와 미국 등 서방,그리고 아랍국가들은 팽팽한 무력대치 상태에서 외교적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 한달동안 이라크는 초반의 위세에서 현재는 방어적 위치로 바뀌면서 무력충돌없이 얻을 이익 계산에 몰두하고 있다.
미국은 초기의 사우디방어를 위한 긴급군사력 이동 작전에서 이젠 이라크의 굴복을 요구하며 대 이라크 봉쇄의 효율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라크,미국 모두 이번 중동위기로 잃는 것도 많고 얻은 것도 있는 것 같다.
○친서방틀 깨뜨려
▷이라크◁
후세인대통령이 쿠웨이트를 제물로 해 확보한 아랍권내에서의 위협적 존재로서의 부상은 현재로서는 일단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는 그동안 아랍권을 리드해왔던 사우디ㆍ이집트 중심의 온건ㆍ친서방 틀을 깨며 최강자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특히 인근 페르시아만일대 소국들에는 무서운 나라라는 인식을 현실화했다.
또 OPEC를 강화,이 기구에 강경분위기를 유도함으로써 이번 사태만 잘 마무리지으면 감산ㆍ고유가의 대세를 주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라크가 앞으로 기대할 수 있는 이익은 무엇보다도 협상을 통해 아랍권과 서방국에 진 빚 8백억달러중 상당액의 탕감 가능성이다.
또 쿠웨이트령의 부비얀섬 등 페르시아만 진출을 가능케 할 요충지확보라는 숙원을 풀 가능성도 높아졌다.
그러나 이라크는 이번 위기를 통해 국가자체의 존폐위기상황까지 몰릴 수 있다.
또 「침략자」라는 오명과 함께 앞으로 국제사회에서 철저한 고립을 면키 어렵게 됐다.
이라크는 이번 사태로 인해 결과적으로 아랍세계에 외세개입을 자초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비난을 면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중동주둔지 확보
▷미국◁
중동사태 발발을 계기로 미국은 「세계의 경찰」로서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었다.
미국은 대 이라크 조치에서 소련을 완전압도,국제정치의 주도권을 장악한 데 이어 사우디파병을 통해 중동지역내 군사력주둔을 정당화시킬 수 있는 명분과 거점을 확보했다.
또 지난달 29일 사우디에 대한 3백20억달러 상당의 무기판매 계획을 성사시킴으로써 데탕트의 여파로 사양길에 있던 미 군수산업에 대 중동특수의 돌파구를 마련했다.
반면 대규모 파병에 따른 막대한 전비부담을 안게 됐다.
현재 병력수준을 기준으로 해 볼때 중동군사유지비는 대치상태에서만 매일 4천5백만달러,전면전을 벌일 경우 하루 1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것은 미 재정적자를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부시대통령의 대 의회입지를 크게 약화시키고 있다.
○외세만 끌어들여
▷아랍권 및 기타◁
아랍각국은 페르시아만 사태로 인해 분열과 무기력에 빠졌다.
아랍권은 사태가 확산되면서 미국과 이라크 틈바구니에서 줄타기를 하다가 결국 외세를 끌어들이는 결과를 맞고 말았다.
아랍에미리트ㆍ카타르 등 친서방 왕정 소국들은 왕정전복가능성을 두려워 하고 있다.
OPEC역시 사우디등의 석유증산 조치로 결속력이 약화됐다.
소련은 유가상승으로 연 72억달러 상당의 실리를 더하게 됐지만 국제정치무대에서 미국에 완전 압도되는 등 정치적 손실을 겪었다.<김용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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