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경쟁의 원리' 뿌리내릴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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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한국은행이 설립 이후 처음으로 다음달 1일 차등성과급을 지급한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한은 임직원은 인사평가 기준에 따라 같은 직급이라도 최대 50%까지 손에 쥐는 성과급이 달라진다.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2급 고위직 중 인사고과 상위 30%는 기준(월평균 급여의 150%)보다 최고 25% 많은 상여금을 받는다. 반면 하위 30%는 기준보다 최고 25% 깎인다. 3~4급과 5~6급 직원은 이보다는 가감 폭이 적지만 각각 ±20%, ±15%씩 차등화된 성과급을 받는다. 한은은 이를 위해 하향식 평가 방식을 택했다. 총재는 이사들을, 국장은 팀장을, 팀장은 팀원을 평가하는 식이다.

한은 관계자는 "매년 봄과 가을 상여금이 지급됐지만 이번엔 인사평가 결과를 반영한 것인 만큼 개개인에겐 성적표와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한은 임직원의 반응은 기대와 초조감이다. 한 직원은 "성과급이 향후 보직과 진급과도 직결되는 통보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년을 코앞에 둔 고위 직급엔 성과급이 임원 승진이냐, 아니냐 판가름하는 기준이 될 수 있어 긴장감이 더 크다.

차등성과급제는 한은이 박승 전 총재 시절부터 벼르던 경영혁신 방안 중 하나다. 한은 내부에서는 이 제도 시행을 통해 한은이 그간 '경쟁도, 낙오도 없는 신이 내린 직장'이란 항간의 비아냥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외부 평가는 일단 유보적이다. 차등성과급제 역시 방만 경영이란 따가운 여론과 비판에 떠밀리듯 시작한 것인 만큼 얼마만큼 내부에 신선한 충격 요법으로 작용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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