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벼 쌓여 적자가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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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소비자 외면… 재고의 71%차지/감산ㆍ소비확대 안돼 걸림돌로
통일벼 쌀이 소비자들에게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이때문에 재고가 해마다 늘어 갖가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창고를 늘리고 쌀을 보관ㆍ유지하는데 드는 비용은 물론 매년 통일벼를 사들이는 비용등으로 양곡특별회계 적자규모가 늘어나(89년 3조7천억원) 적지않은 국민부담을 주고있다.
이와 관련,강보성 농림수산부장관은 27일 농정현안을 다루는 관계장관회의에서 『앞으로 일반미 가격을 사실상 자유화해 농민들이 이익이 많이 나는 일반미를 생산토록 하고 상대적으로 통일벼 경작을 줄여나가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강장관의 이같은 방침은 물가정책ㆍ농가소득보장등 다른 현안에 걸려 실현가능성이 어느정도인지 미지수지만 통일벼에 대한 정부의 곤혹스러운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출시키고 있다.
통일벼는 70년대 녹색혁명의 기수로 각광받았던 품종이다.
만성적인 쌀 부족문제를 해결하기위해 70년 IR667이 첫선을 보인이래 유신벼(74년) 밀양23호(76년) 등이 잇따라 개발되면서 78년 전체 쌀생산량 4천25만섬중 77.9%인 3천1백36만섬을 통일벼가 차지했다.
도열병등 병충해에 강하고 재배관리가 쉬울뿐더러 단보당 수확량이 일반미보다 훨씬 많아 통일벼는 증산에 가장 알맞은 품종이었다.
고박정희대통령이 말기에 「춘궁기 보릿고개를 없앤 것」을 치적의 제일로 꼽은것도 바로 통일벼에 의한 증산덕분이었다.
그러나 80년대들어 통일벼의 위치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8년 연속 풍년에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79년 1백35.9㎏에서 89년에는 1백21.4㎏으로 줄었다.
게다가 지난 3년간의 임금상승으로 생활이 윤택해진 소비자들이 너도나도 밥맛이 좋은 일반미를 찾아 미질이 나쁜 통일벼는 더욱 외면당하는 천덕꾸러기가 되었다.
정부는 올들어 오름세를 나타낸 쌀값 안정을 위해 정부 보유미를 무제한 방출했으나 이가운데 통일벼 판매량이 하루 1만가마에 불과했다.
이때문에 재고는 계속늘어 7월말현재 정부 보유미 1천6백63만섬 가운데 71%인 1천1백89만섬을 통일벼가 차지하고 있다.
특히 작년에 처음 수매한 일반미를 제외하면 85∼88년산 재고는 전부 통일벼인 셈이다.
정부는 통일벼 생산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 수매예시량을 발표했지만 여소야대의 정국에서 결국 당초 발표한 예시량보다 훨씬 많이 수매해 정부말을 믿고 통일벼를 덜심은 농민들의 불만만 사고말았다.
통일벼는 다수확 품종이라 농민들로서는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가장 좋은 품종인데다 경작 지역이 전남ㆍ경남등 해안지방에 편중,지역안배에 신경을 써야하는 정부로서는 다루기가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재고는 계속 늘어나는데 이를 처분할 수 있는 방안도 없는 답답한 실정이다.
올해도 또 4백50만섬(수매예시량)의 통일벼를 사들여야하고 쌓인 재고를 보관ㆍ유지하는데 막대한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야할 형편이다. 통일벼 생산을 어떻게 줄여나가느냐가 효율적인 농정운용의 최대 관건으로 등장하고 있다.<한종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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