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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종교 경전「규원사화」·「환단고기」-"일제 때 씌여진 위작이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단군 조선시대를 거대한 한 민족국가로 강조, 강한 민족정신을 고양한 고서 『규원사화』와 『환단고기』가 통설과 달리 일제식민 당시에 위작된 것이며 일본의 대동아 공영론과 일맥상통하는 친일적 내용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규원사화』는 지금까지 조선 숙종 당시 북애자란 사람이 쓴 것으로 알려져 왔으며 단군 조선시대를 국력과 문화면에서 중국을 압도했던 것으로 서술, 한 민족 우월성을 강조하고있다.
『환단고기』역시 단군 조선을 대 통일민족 국가로 기록, 민족종교임을 강조하는 대 종교의 경전이며 고려∼이조 중기까지 쓰여진 글들을 묶어 구한말에 편찬된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 같은 통설에 문제를 제기한 것은 『역사비평』가을호에 실린 박광용 교수(성심여대·한국사)의 논문 『규원사화와 환단고기의 성격에 대한 재검토-대종교관련문헌에 위작 많다』.
박 교수는 논문에서 대표적인 대종교관련 고서인 『규원사화』와 『환단고기』를 분석, 이들 고서가 조선중기 이전에 쓰여졌다는 통설에 의문을 제기했다.
다음은 박 교수의 주장 요지.
『「규원사화」중 「만세」부분에 「경주의 첨성대는 천수백 년 이 지났는데·…」라는 기록으로 볼 때 첨성대가 만들어진 632∼646년에 1200∼1300년을 가산하면 1830∼1940년에 해당한다.
▲이 책에 쓰인 「전세계」「민중」「국가」등의 개념은 근대적 용어이며 ▲삼신일체론·천지창조·신향(천국) 등의 개념이 기독교교리와 거의 유사한 점등으로 미루어 실제 저자는 기독교 사상에 익숙한 근대의 인물이다.
「환단고기」도 ▲국가·문화·인류·세계만방 등 근대적 용어사용 ▲1923년 이후 알려진 연개소문의 조부이름「자유」를 사용한 점 ▲중국 쪽에 투항한 민족반역자를「잠한배」가 아니라「참청배」로 표현한 것
이 1894년 청일전쟁 후 친청파를 지적하는 것이라는 점등으로 보아 1940년대 전후에 쓰여진 것이라 볼 수 있다.
이처럼 이 책들이 일제하에서 쓰여진 것으로 볼 때 그 내용은 친일적인 민족주의로 해석된다.
「규원사화」가 영토획득을 위한 전쟁(공전)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면서 여진족·일본쪽과 연합해 중국쪽을 제압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대동아공영론을 부르짖으며 중국대륙 침략을 꿈꾸던 일본의 논리와 유사하다. 이는 결국 일제에 항거하던 비타협적 민족주의나 해외민족투쟁전략에 대한 비판이며 친일적 민족개량주의라 할 수 있다.
더욱이 「환단고기」에서 도가사상을 단군 시대의 신교와 연결시키면서 이를 다시 일본의 민족종교 인신도(신궁)와 연계시키는 것은 「한일 문화동원론」이며 나아가 일선 동조론에 이용될 소지가 있다.
결국 이들 고서는 일제의 논리에 기반한 가치론적 민속개량수의 입장에서 다른 민족주의를 비판했던 책이며 민족주의의 외피를 쓴 신 일본주의 노선이 나타날 수 있는 현 상황에서 이들 고서가 기니는 부정적 영향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고전 이해 못한 단견>
◇강수원 대종교종적 간행위원장-발해당시 쓰여진『단기고사』에도 원자력·재정학이라는 현대용어가 사용되고 있다. 단지 우리가 알지 못했던 것인데 이를 근대적 용어라며 위작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고전을 이해 못하는 젊은 학도들의 단견이라 하겠다.

<맹목적 비판에 문제>
◇송호수 개천학회장-고서에서 인용한 문헌은 요즘 볼 수 없는 고 문헌을 포함, 막대한 분량이다. 이를 이해하지 못한 맹목적 비판이 최근 문제가 되고 있다. 일례로 고서의 신앙체계는 기독교에서 배운 것이 아니라, 기독교가 우리 것을 닮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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