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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가 신데렐라로' 홍진주 11언더파 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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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홍진주가 9번 홀에서 드라이브샷을 한 뒤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공 방향을 쳐다보고 있다. [경주=연합뉴스]

홍진주(23.이동수골프)가 29일 경북 경주의 마우나오션 리조트에서 끝난 LPGA 투어 코오롱-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9월 SK엔크린 인비테이셔널에서 생애 첫 승리를 거둬 깜짝 스타가 된 홍진주는 우승 상금 2억원의 이 대회에서 다시 우승, 2006년 한국 골프의 여왕이 됐다.

미국 LPGA 무대 직행 티켓을 받기 때문에 이 대회의 우승자는 신데렐라로 불린다. 그 흔한 주니어 대회 우승컵 하나 없었고, 지난 8월까지만 해도 KLPGA에서 '톱10' 입상도 못 해본 무명에겐 특히 어울리는 말이다. 1m74㎝의 큰 키에 탤런트 같은 외모로 지난해 여자프로골프 베스트 드레서상을 받은 홍진주는 우승하기 전까지는 러프 속에 묻혀 있던 진주다.

요즘 신데렐라는 왕자가 가져 온 유리 구두를 덥썩 신지 않는다. 내 인생은 나의 것이라고 여긴다. 홍진주도 그렇다. "미국(LPGA)에 갈 생각을 전혀 해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31일 일본 투어 Q스쿨에 나가 내년부터 일본 투어에서 활동할 계획이었는데 미국행 티켓을 받을지 망설이고 있는 것이다. 홍진주는 "주니어 시절 친구들이 부모님과 함께 경기장에 나오는 것이 부러웠다. 엄마가 있는 곳으로 가고 싶다"고 훌쩍였다. 홍진주는 부유한 편이지만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어머니와 떨어져 살았다. 일본에서 요식업을 하고 있는 어머니 윤영희(49)씨는 "내 생각하지 말고 큰 무대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일단 홍진주는 30일 일본으로 건너가 Q스쿨을 치를 예정이지만 어머니의 충고를 들을 가능성이 크다.

그린 재킷 대신 신라 선덕여왕 옷과 왕관을 쓴 홍진주가 전통문양의 도예품을 우승 트로피로 받고 웃고 있다. [경주=연합뉴스]

안시현.이지영에 이은 세 번째 신데렐라 홍진주는 코스에서는 차가운 심장을 가진 것 같다. 4타 차 선두로 경기를 시작한 홍진주는 동반자인 카린 이셰르(프랑스)가 수차례 "룰을 어겼다. 벌타를 받을 상황"이라고 압박했지만 오히려 평소보다 안정된 샷으로 상대를 무너뜨렸다. 2.7.8번 홀에서 버디를 잡아 2위와 6타 차로 벌리면서 드라마 없이 경기를 끝냈다. 마지막 홀에서 한 더블보기도 우승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최종라운드 2언더파 합계 11언더파로 2위 장정(기업은행)에 3타 차로 이겼다. 박세리(CJ)는 최종일 5언더파를 쳐 합계 6언더파 3위다.

홍진주의 우승으로 지난 다섯 차례 열린 이 대회 우승컵은 모두 한국선수가 차지했다. 올해 LPGA 투어에서 한국선수들은 11승을 합작했다.

경주=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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