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2억 버는 '부자 엿장수' 비결은

중앙일보

입력

1년에 2억 원 넘는 소득을 올리는 '엿장수 부자'의 소식이 알려져 화제라고 쿠키뉴스가 28일 전했다.

주인공은 청주의 명물로 불리는 윤팔도 옹(80.본명 윤석준)과 막내 아들 윤일식(35)씨. 아들 윤일식 씨는 지난 2003년 느닷없이 잘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내던지고 아버지의 뒤를 잇겠다고 나섰다.

아들의 돌발 선언에 윤 옹과 어머니 김종숙 여사(69)는 한동안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했다.

"8살 때부터 남사당패에서 우리 가락을 배우다가 14살 때 부모를 잃고 먹을 게 없어 호구지책으로 역 행상에 나섰어. 세상에 어느 아비가 자식에게 엿장수를 물려주려 하겠어. 너무 황당하고 놀래서 일주일을 고민했지. 지금은 엿 만들고 엿불림에 엿가위질도 상당한 수준에 와있어 믿음직 해"

윤일식 씨는 "그때는 아버지가 많이 아프셨습니다.또 시대상황이 구조조정이니 뭐니 해서 편치 않은데다 아버지의 재주인 '엿불림(엿을 팔기위해 가위를 치며 부르는 일종의 판소리)'과 '쌍가위 장단'이 없어지면 안된다는 생각에 사로 잡혀 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윤 옹은 막대 아들 일식씨에게 가업 잇기를 승낙하고 나서 아팠던 몸에 생기가 돌고 빠르게 회복돼 올해 7월 뇌경색으로 쓰러지기 전까지 전국을 돌며 아들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전수해 주었다. 또 일식씨의 효심 덕분인지는 뇌경색으로 쓰러졌던 윤 옹은 지금 건강하게 회복되어 아들의 가업 잇기 과정을 일일이 지켜보고 있다.

지금도 어머니 김여사는 아들의 가업 잇기가 탐탁지 않다. 그러면서도 전통 엿 만든 방법을 전수하고 신제품을 개발하는 데 일등 공신이다.

윤 옹은 막대 아들의 엿불림과 엿가위질, 전통 엿 만들기 전수를 위해 지난 2003년부터 전국을 순회하며 전통엿의 근원과 전통엿 맛를 내는 비법 공부에 나섰다.

2003-2005년까지 윤 옹은 아들에게 일당 3만 원씩을 지급했다고 털어놓는다. 그리고 그는 아들에게 전통엿 맛을 내는 비법으로 천연재료 사용과 100% 손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철칙을 가르쳤다. 윤 옹은 엿이 붙지 않게 하려고 밀가루를 쓰는데 이것도 잘못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예전에는 간혹 밀가루를 쓰는 경우도 있었지만 현재 생산되는 밀가루는 가공과정에 여타의 첨가물이 들어가 천연의 재료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윤팔도 전통엿은 밀가루 대신 콩가루를 쓴다. 콩가루는 엿을 입에 넣었을 때 고소한 맛을 내는 최고의 자연 첨가물인 셈이다.

윤팔도 전통엿은 아들의 대물림이라는 소식에 여러 언론 매체에서 방송되고 지상에 소개되면서 매출 신장세를 보였다. 아니 그것보다는 아버지와 아들의 대물림에 대한 이야기 거리로 과외 수입이 늘어났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2003년 당시 순수한 엿 매출액은 2000만원 정도였는데 올해의 잠정적인 매출 예상치는 2억-2억5000만 원 정도다. 3년 만에 순수 엿 매출액이 10배 이상의 신장세를 보인 것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판매하는 윤팔도 전통엿은 대기업과 유명 호텔, 그리고 전국 각지의 예식장 폐백 음식으로 판매되고 있다.

일식 씨는 그 간 아버지에게 전수받은 전통비법으로 엿의 현대식 트랜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녹차, 생강, 백련초, 송화가루, 인진 쑥과 들 쑥, 인삼, 커피 등을 이용한 맛과 색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일식씨는 "결혼식 이바지 음식으로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엿"이라며 "일반인들에게 선호도가 떨어져 외면당하는 게 가슴 아프지만 엿은 쌀과 엿질금이라는 천연곡물 외에는 들어가지 않는 자연 음식으로 요즘의 웰빙문화에 가장 적합한 음식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디지털뉴스 [digit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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