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프로농구 코트서도 82학번 돌풍 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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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프로농구판은 이제 막 불혹을 맞은 82학번 감독들이 접수했다. 지난 시즌 우승팀 TG의 전창진 감독을 비롯, 이상윤(SK).정덕화(SBS).유재학(전자랜드).추일승(코리아텐더) 등 10개 구단 감독 가운데 절반에 이른다.

조금은 외진 곳에서 이들을 조용히 바라보는 눈이 있다. 같은 82학번 동기지만 여자프로농구 신세계를 맡은 김윤호(40)감독이다. 김감독은 지난 2일 구단과 3년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남자프로농구 SBS 코치 자리에서 물러난 후 1년여 만의 현장 복귀다.

김감독의 커리어는 화려하다. 농구명문 경복고~고려대를 거쳐 실업팀 삼성전자에서 선수로 뛰는 동안 태극마크도 달았고 한국화장품 코치-KBS 해설위원을 거쳐 2000년부터 2년 간 SBS 코치를 맡았다. 지도자에게 필요한 경험과 객관적인 사고방식, 이론적인 바탕을 모두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김감독의 마음이 가볍지는 않다. 우선 전임 이문규(47) 감독이 쌓은 화려한 업적이 후임자에겐 짐스럽다. 이감독은 1998년 창단 감독으로 부임, 5년 사이 네차례나 팀을 정상에 올렸다.

여자농구 코트에서 '내 농구'를 해보겠다는 의욕을 불태우고 있지만 김감독은 자신도 모르게 눈길이 남자무대로 간다. 농구 지도자들 사이에서 여자농구는 남자농구의 '마이너'정도로 치부되는 것이 현실이다. 김감독은 '메이저'에서 뛰는 동기들이 부럽기도 하고, 어서 합류해야 한다는 조급증도 느낀다.

그러나 한눈을 팔며 허송할 생각은 없다. 오히려 '큰 무대에서 성공하기 위해 신세계를 정상에 올리겠다'는 각오가 더해진다. 신세계는 최근 두 시즌 우승을 못했고, 그것이 감독 교체의 표면적인 이유였다. 김감독은 신세계를 정상에 올리지 못하면 '메이저'로 돌아가기는커녕 여자무대 잔류도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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