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 융합 논의 궤도 올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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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방송통신융합추진위(이하 '추진위')가 방송.통신의 규제기구 개편안의 가닥을 잡음에 따라 방송통신 융합 논의가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강만석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연구원은 "기구 개편이 우선 이뤄짐으로써 방송과 통신관련 법률과 제도를 검토하고 방송구조 개편 등을 주도할 첫 단추를 꿰게 됐다"고 말했다.

추진위의 안은 기술 발전이 방송과 통신 사이의 경계를 무너뜨린 현실을 감안한 것이다. 휴대전화로 방송을 보는 위성 DMB 서비스가 지난해 5월 세계 최초로 시작됐고,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TV와 라디오 방송도 접할 수 있다. 7월 하나로텔레콤은 쌍방향 서비스의 총아인 'TV포털'인 '하나TV'서비스를 시작했다. 인터넷과 전화.방송을 하나로 묶은 '트리플 플레이 서비스(TPS)'도 가능하게 됐다.

이처럼 한국의 디지털 기술과 서비스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훌쩍 앞서 가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 정책은 그동안 아날로그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방송'이냐 '통신'이냐의 문제를 둘러싼 부처간 이견은 '방송통신위원회' 설립이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사항이었음에도 큰 진전을 이뤄내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를 본 것이 관련 업계다. 인터넷TV(IPTV)는 방송통신 융합 서비스에 따르는 제도가 마련되지 않아 서비스를 시작하지 못하면서 연간 1조원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이 생겼다는 추정을 내놓기도 했다.

방송과 통신 융합에 대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끊임없이 제기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디지털 미디어 산업은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차세대 산업이다. 이미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들은 디지털 미디어 산업의 중요성을 깨닫고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한편 새로운 미디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하지만 추진위의 안이 실행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 등 관계 부처의 업무를 조정하는 한편 조직을 합치는 것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안으로 제출되는 규제기구 개편안 등이 국회를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우려도 있다.

추진위는 방송과 통신 융합 등에 따르는 관련 법률과 제도도 검토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방송과 통신 사업에 대한 재분류 작업도 진행해야 한다. 또한 세분화 돼 있는 인.허가 체계와 사업자별로 차등화된 허가기간 등도 융합 상황에 맞게 바꿔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방송과 통신의 교차진입을 허용해야 할 수밖에 없는 만큼 소유와 겸영 규제 제도의 재정립 등도 풀어야 한다. 게다가 공영방송 지배 구조 등 방송구조 개편도 고민해야 한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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