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협상테이블에 '우먼 파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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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치열한 힘겨루기 협상이 진행 중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한국 협상 대표단에 우먼파워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남영숙 외교부 FTA 제2교섭관(44.사진(左))과 유명희 외교부 FTA서비스교섭과장(38.(右))이 그 주인공. 두 사람은 상품.서비스 등 분야별로 협상이 진행 중인 한미FTA 협상에서 우리 측 19개 분과장 중 2명의 여성 분과장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미국 협상단이 웬디 커틀러 수석대표 외에 여성 분과장만 9명인 '여성 천하'라는 점에서 이들과 맞서는 두 사람의 활약은 더욱 돋보인다.

통신과 전자상거래 분과장을 맡고 있는 남 교섭관은 한때 좌파 경제이론에 몰두했던 운동권 출신이다. 서슬 시퍼런 1980년대 5공화국 시절 당시 잘나가던 남재희 전 노동부장관의 딸이었지만 학생운동에 뛰어들어 구속까지 됐다. 남 교섭관은 84년 학생운동 동지였던 남편과 미국 유학을 떠난 이후 20년 가까이 국제노동기구(ILO)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서 일해왔다. 2005년 정보통신부 개방직 공무원으로 변신한 그는 지난해 외교부로 옮겨 FTA협상에 참여하고 있다.

남 교섭관은 "학생운동 했던 사람이 FTA 협상에 나설 수있느냐는 이도 있지만 국익을 위해 일한다는 점에선 마찬가지"라며 "FTA를 통해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80년대와 지금의 한국은 많은 것이 달라졌다"며 "강대국인 미국과 FTA를 하면 안 된다는 논리는 그간의 변화를 녹여내지 못한 주장"이라고 밝혔다.

서비스와 경쟁 분과 협상을 맡고 있는 유 과장은 한국의 '칼라 힐스'라고 불릴 정도로 국제통상계에선 이미 널리 알려진 통상 전문가다. 한.싱가포르 FTA 등 굵직굵직한 협상에서 논리적이면서 강단 있는 협상력으로 상대방을 몰아세운 일화로도 유명하다. 행시 35회 출신인 유 과장은 95년 통상산업부가 선발한 첫 번째 여성 통상협상 전문가로 미국 뉴욕주와 워싱턴DC의 변호사 자격까지 취득했다.

제주=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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