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도 "핵 선제공격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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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미국의 군사적 독주를 견제하는 데 앞장서 왔던 프랑스가 미국의 방식을 좇아 '선제 핵공격'으로 핵전략을 선회하고 있다.

'기존 핵무기 보유국들에 대한 핵 억지력 확보'라는 기존의 전략에서 벗어나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한 이른바 '악의 축'국가와 테러 집단을 겨냥해 필요할 경우 선제 공격도 가능하다는 쪽으로 수정키로 한 것이다.

프랑스 일간지 리베라시옹은 27일자에서 고위 국방 관계자의 말을 인용, 프랑스 정부는 새 핵전략을 내년 초 최종 확정할 예정이며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다음주 브레스트에 있는 대서양 전략사령부를 방문할 때 이를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프랑스는 북한.이란.이라크를 악의 축으로 규정한 미국과 달리, 특정 국가를 지칭하지 않고 생물화학 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프랑스를 공격할 가능성이 있는 국가를 선제 공격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위협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장피에르 라파랭 프랑스 총리도 지난 16일 "핵전력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 대량살상무기의 위협과 협박에 대항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 핵전략 변화를 시사한 바 있다.

프랑스의 이 같은 전략 변화는 소련이라는 적이 사라진 상황에서 테러 국가들을 가상 적국으로 상정함으로써 핵 헤게모니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되며 프랑스에 대한 공격 위험이 있을 경우 핵무기 선제 공격의 가능성을 열어놓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를 위해 프랑스는 핵무기 사용시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이 개발 중인 '소형 핵폭탄(미니 뉴크)'과 유사한 개념의 신무기도 개발 중임을 고위 관계자가 시사했다고 리베라시옹은 전했다.

미니 뉴크란 초정밀 미사일에 장착되는 소형 핵탄두로 적국의 작전사령부 벙커 등에 발사,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적을 무력화하기 위한 무기다.

프랑스의 핵전략 변화는 2001년부터 구체화했으며 신형 핵탄두 미사일의 개발과 함께 2003년부터 2008년까지 1백70억유로(약 23조원)를 투입하는 대규모 군사 투자가 진행 중이다.

이 계획에는 ▶신형 미사일 발사대가 장착된 잠수함▶아시아 대륙을 사정거리로 하는 M-51 탄도 미사일▶전폭기에서 발사되는 신형 공대지 미사일(Asmpa)▶더욱 강력한 핵탄두 2기▶시뮬레이션 프로그램 개발 등을 포함한다.

프랑스 하원 군사위원회 소속 제롬 리비에르 의원은 "핵무기 개발 비용을 축소함으로써 다른 군사프로그램을 확대하는 것이 낫다는 믿음은 환상일 뿐이며 시대상황 변화에 맞게 핵무기 보유를 유지해야 한다는 사실에 군사위원회는 거의 의견일치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파리=이훈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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