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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피해환자 속수무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의료기관의 환자에 대한 오진이나 치료방법 잘못으로 발생하는 의료과오사건이 해마다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더구나 이런 사고발생 시 환자 측은 물론 담당수사 요원까지도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이 거의 없어 환자 측이 피해를 보더라도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이에 대한 대책이 요망되고 있다.
이는 법무 연수원이 최근 개최한 「형사정책 세미나」에서 밝혀졌다.
「의료과오사범의 실태와 대책」이란 주제를 발표한 윤석정 대 검찰청 형사과장은 『국내 의료사범(의료사고를 저지른 의료인)이 지난 87년 2백53명에서 88년 2백64명, 89년에는 3백5명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과장에 따르면 3년간 발생한 총 8백22명의 의료사범 중 환자를 사망시킨 경우도 약 절반인 4백9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과목별 발생순위는 89년 한해동안 ▲산부인과 31% ▲내과 19.7% ▲정형외과 15.3% ▲외과 12.8 %▲신경외과 5.4%등의 순으로 산부인과의 사고가 상당히 많았다.
의료과오사고란 의사가 환자질병에 대해 잘못 진단하거나 잘못된 수술·치료·투약 등으로 발생하는 사고며 때로는 간호사·마취사 등의 잘못된 주사·처치·마취 등으로도 발생한다.
윤 과장이 조사한 지난 89년 의료사고 실태 중 몇 가지 예를 보면 다음과 같다.
▲마취전문의가 아닌 일반의사가 부작용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마취 주사해 쇼크사.
▲O형인 교통사고 응급환자에게 A형 혈액을 수혈해 쇼크사.
▲미숙한 간호조무사가 대둔부(엉덩이) 정상부위 보다 2㎝하부에 주사, 우좌골 신경마비.
▲분만 후 자궁경부 열상에 의한 출혈이 있음에도 지혈조치를 하지 않아 쇼크사.
▲제왕절개 수술 후 겸자(수술용 기구·길이 16㎝)를 환부 속에 넣어둔 채 봉합.
윤 과장은 『그러나 이런 예를 포함한 대부분의 의료사고는 환자 측이나 담당수사요원의 전문지식 부족으로 그냥 묻혀 버리거나 무혐의로 처리되는 수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3년간 의료과오사범에 대한 검찰처리내역은 뇌상의 경우 82.6%, 치사는 78.7%가 무혐의로 처리됐는데 이는 89년 전체 업무상과실치사상사건의 무혐의 율 36.2%에 비하면 굉장히 높은 수치.
윤 과장은 『인명과 인술을 중시하는 의료활동의 발전을 위해 의료인이 보호돼야하는 것은 마땅하나 의료사고로 환자 측이 피해를 보았을 때의 당연한 보상을 위해서도 원인이 확실히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과장은 또 『의료과오사건은 다른 사고와 달리 경찰에 보고의무가 없고 외부인이 목격할 수 없는 폐쇄된 장소에서 발생하는 수가 많아 파악이 어려우므로 진실규명을 위한 공신력 있는 검찰의 제도와 분쟁처리를 위한 의료사고심판소 등 특별기구를 통해 제도적 처리를 해야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지난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의료와 관계된 1백30건의 사망자부검을 분석한 고려대 문국진 박사(법의학과)는 『주사·투약사고(33.8%), 산부인과(27.7%), 한방(11.5%)의 순으로 한방사고도 많았다』고 말했다.
한방의료 사고사 15례 중 침에 의한 사고사가 가장 많아 9건, 한약 사고 사 5건, 구(뜸) 1건으로 나타났다.
문 박사는 『의료사고사의 경우 환자 측은 전문지식부족으로 상식적 판단에 의해 의사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수가 많고 의사 측은 환자자신의 몸에 의료사고가 날 수 있는 병변이 있어 불가항력이라고 주장하는 일이 대부분으로 이때의 사실판정이 어렵다』고 밝혔다.
문 박사는 의료사고를 정확히 판정하기 위해 선진국처럼 감정인에 관한 법을 제정, 전문 감정인 단을 구성하고 사법경찰관도 대리로 검시할 수 있는 국내제도를 고쳐 전담검시제도를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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