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살 벗는 우주, 탄생 신비 드러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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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대형 천체망원경 반사거울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뒷면을 파내고 있다. 앞면은 매끄럽게 한 뒤 코팅을 해 빛이 잘 반사되도록 한다.

우주의 더 깊은 속살을 들여다 보려는 인류의 꿈은 천체망원경의 크기를 계속 늘려가고 있다. 현재 가장 큰 천체망원경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있는 지름 11m짜리 SALT다. 이것으로도 은하의 탄생과 죽음 등 우주의 변화를 관측하고 있지만 천문학자들은 여기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지름이 24.5 ~ 60m로 지금보다 2 ~ 6배 정도 큰 초대형 천체망원경 건설 사업이 경쟁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이유다. 우리나라는 지름 6.5m짜리 천체망원경 두 대를 멕시코에 설치하려 계획을 세워놓고 있으나 예산 지원이 안 돼 진척이 없다.

◆2010년대는 초대형 천체망원경 시대=유럽남천문대(ESO)는 최근 지름 60m짜리 초대형 천체망원경을 건설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여기에 드는 예산만 7억5000만 유로(9000여억원)로 추정되고 있다. 완공 목표는 2015년이다. 유럽 회원 국가가 주도하고 있지만 미국이나 일본, 아시아 국가들의 참여도 기대하고 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건설비 마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ESO가 발표한 것 외에 2000년대 초부터 추진되고 있는 초대형 천체망원경 건설 사업으로는 미국의 '자이언트 마젤란 천체망원경(GMT.2016년 완공)',미국과 캐나다 공동팀의 '서티미터 천체망원경(TMT.2016년 완공)', 유럽의 '유로50(2012년 완공)'사업이 대표적이다. 자이언트 마젤란 망원경의 지름은 24.5m, TMT는 30m, 유로50은 50m로 계획돼 있다. 이들 모두 2010년대를 완공 목표로 삼고 있다. 이때가 되면 우주를 볼 수 있는 '인류의 눈'은 허블 우주망원경보다 수십 배 더 밝아질 전망이다. 자이언트 마젤란 망원경만 해도 허블 우주망원경보다 10배 정도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름 24.5m의 자이언트 마젤란 천체망원경(GMT) 조감도. 2016년 완공 예정이며, 허블 망원경보다 10배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초대형 천체망원경은 지상에 설치한다. 우주로 실어 올릴 로켓도 없을 뿐더러, 있다 해도 천문학적인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지상에 설치해도 우주 망원경보다 훨씬 좋은 성능을 낼 수 있는 기술이 속속 개발되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가장 큰 천체망원경은 보현산천문대의 지름 1.8m급이다. 일본의 경우 미국 하와이 마우나케아에 건설한 수바루천문대의 지름 8.2m급이다.

◆작은 반사 거울 이어 붙여=초대형 천체망원경의 주 반사거울은 통유리로 만들 수 없다. 그럴 시설도, 장비도 없다.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벌집 형태로 반사거울을 설계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즉, 지름 1~2m의 유리 수백 개를 이어 붙이는 방법으로 초대형 반사거울을 완성하는 것이다.TMT 프로젝트용 반사거울의 경우 1.2m짜리 738개를, 유로50은 크기가 다른 618개의 작은 거울을 이어 붙일 계획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반사거울의 제작과 유지.보수를 쉽게 할 수 있다.

한국천문연구원 안상현 박사는 "이런 방법으로 건설한 대표적인 대형 천체망원경은 미국 하와이에 있는 지름 10m짜리 켁(KECK)과 SALT"라며 "반사거울은 주기적으로 코팅을 해야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이들 천체망원경 어느 한 군데는 항상 거울이 없는 빈 구멍"이라고 말했다. 물론 그래도 우주를 관측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

현재 통유리로 반사거울을 제작하는 기술은 최대 지름 8m 정도밖에 할 수 없다. 우리나라가 계획하고 있는 지름 6.5m급도 통유리로 만들 계획이다. 그러나 그 무게가 워낙 많이 나가 유리 뒷면에 벌집 형태로 구멍을 파내 무게를 줄이는 방법을 사용할 예정이다.

◆우주의 탄생과 구성 물질 밝히는 데 사용=선진국들이 수천억원씩을 들여 초대형 천체망원경 건설에 나서는 것은 별과 은하를 비롯한 우주 탄생의 비밀을 풀어보자는 것이다. 또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암흑물질의 비밀을 밝히는 것도 중요한 임무다. 현재 우주를 이루고 있는 물질의 95%는 인류가 밝혀내지 못한 그 어떤 물질(암흑 물질)이다. 정밀한 은하지도 제작과 행성의 탄생 과정도 밝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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