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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영화 2편 개봉 눈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중국의 현 영화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영화 두 편이 잇따라 개봉돼 관심을 모은다.
『삼국지』와 『국두』가 그것들로 『삼국지』는 따로 설명이 필요치 않는 고전 『삼국지』를 중국이 자국의 영화 역량을 거의 동원해 만든 대작이고, 『국두』는 중국이 낳은 세계적인 감독 장예모의 작품.
『삼국지』는 제작 기간 8년, 제작비 5백억원, 주연배우 2백57명, 연출 연인원 10만명, 동원된 말 4천마리, 촬영 거리 1만2천㎞ 등의 수치에서 나타나듯 웅장한 스케일의 시대극.
원작의 내용이 워낙 방대해 1부 「장대한 비상」, 2부 「아득한 낙일」 등 2부로 나뉘어 만들어졌는데 이번에 개봉되는 것은 1부고 2부는 현재 30%가량 촬영이 진행중이다.
1부는 유비·관우·장비의 도원결의에서부터 조조의 군대를 궤멸시켜 위·촉·오 삼국 정립의 계기가 된 적벽 대전까지를 다루고 있다.
원래 3시간30분짜리이나 일본이 2시간10분짜리로 재편집해 동경 등에서 상영중인데 국내 개봉물도 일본에서 재편집한 것이다. 잘려진 1시간20분의 내용은 해설로 처리하고 있어 『삼국지』를 읽어보지 않은 사람은 극의 흐름을 따라가는데 주의를 요한다.
『국두』는 『붉은 수수밭』(88년 베를린영화제 작품상 수상)으로 연출 역량을 인정받은 장예모 감독의 한층 노련해진 솜씨를 감상할 수 있는 수작이다.
중국 명조 어느 시골 염색 공장이 무대로 걺은 숙모와 나이든 조카간의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이 불러일으키는 파국을 그리고 있다.
장 감독 특유의 붉고 푸르고 노란 염색 천을 이용한 강렬한 영상 파워가 전편을 누비며 인간의 성을 매개로 한 숙명적 관계가 섬뜩하게 묘사돼 있다.
이성과 제도, 현세의 윤리관을 넘어서 어느 시대에서나 존재하고 있는 인간 감성의 세계를 집요하게 파고 들어가 불륜의 결과로 태어난 자식이 생부를 살해하는 끔찍한 장면까지 거침없이 그렸다. 장 감독은 이른바 중국의 누벨바그를 이끄는 제5세대 감독군의 리더로 그의 영화 작업은 사회주의의 완고성을 벗어나 체제와 이념을 초월하는 원초적 삶의 에네르기 표현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일본의 구로자와 아키라를 능가할만한 재목으로 평가받고 있다. <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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