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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침략을 막으려면/이라크 패권주의 싹부터 잘라야(사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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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쿠웨이트를 점령한 이라크가 예정대로 중동을 제패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생각만 해도 끔찍스러운 일이다.
현대판 히틀러로까지 비유되고 있는 사담 후세인대통령의 행적으로 보아 쿠웨이트 점령으로 끝나지 않고 페르시아만의 토후국들을 삼켜버린 다음 사우디아라비아를 노리는 사태가 있을 법한 최악의 시나리오다.
그렇게 될 경우 페르시아만의 석유를 좌우해 세계경제의 숨통을 죄게 될 가능성뿐 아니라 막강한 군사력을 가지고 저지를지도 모를 평화에 대한 위협이 뒤따른다.
지금까지 아랍세계에서 후세인대통령만큼 무자비하고 광적이며 무모한 인물은 없는 것으로 서방 보도매체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미 국내에서 독가스를 이용해 소수민족을 탄압하고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화학무기를 사용해 쓸어버리겠다고 위협한 바도 있다.
그의 이러한 위협은 쿠웨이트 침공이 실효성있는 범세계적 제재 없이 기정사실로 굳어진다면 현실로 나타나지 말란 법도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 우려되는 것은 앞으로 또다른 군사모험주의자들이 후세인과 같은 유혹을 느끼게 될 개연성이 커지는 것이다.
이번 사태 발생후의 진행과정에서 드러났듯이 국지전쟁에서 강대국들이 과거와 같은 억지력을 행사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압력수단은 외교ㆍ경제적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미 소를 중심으로 했던 양대 세력의 균형으로 유지되던 균형과 질서가 새로운 공존질서로 전환되면서 초래된 허점이다.
전면적 대결의 위험이 없어진 대신 지역적인 분쟁과 전쟁의 가능성이 오히려 늘어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이 선례로 묵인되어서는 안된다고 믿는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이 페르시아만 주변에 군사력을 증강하고 또 경제적 제재,소ㆍ중국 등의 무기금수,국제여론의 일치된 압력 등이 지속적으로 엄중히 가해지는 것이 중요하다.
페르시아만을 비롯한 중동 아랍국가들이 앞장서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그들의 제재능력이나 평화적 해결능력은 기대할 만한 것이 아니다. 아랍국가 전체의 군사력을 모두 합쳐도 이라크에 대적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설사 능력이 있더라도 그렇게 할 단결된 의지도 없다.
서로가 표면적으로는 우호적이면서도 근본적으로는 적대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아랍종족과 회교라는 종교로 뭉쳐져 있는 것 같지만 그들의 공통된 정책기조는 오히려 자기 이익만을 추구한다는 데 있음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이라크를 억지할 수 있는 세력이란 그보다 더 강력한 힘을 가진 국가들밖에 없다. 미 소등을 망라한 강력한 국제적 제재방안이 그렇기 때문에 신속하게 마련돼야 한다고 우리는 믿는다.
또 사담 후세인류의 독재자들이 이번과 같은 무모한 전쟁을 시작하면 반드시 실패하게 된다는 점을 확인함으로써 제2,제3의 비슷한 국지분쟁이 재발하는 것을 막는 일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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