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 패밀리 레스토랑 갈라서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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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패밀리 레스토랑들이 조용한 반란을 진행하고 있다. 상대는 SK텔레콤.KTF.LG텔레콤 등 거대 이동통신 3사. 그동안 이들 휴대전화 업체 회원카드 가입자들에 해 주던 '제휴 카드'할인 서비스를 소문없이 줄여가는 것이다. 대신 패밀리 레스토랑의 자체 카드를 통한 서비스 폭을 늘여간다.

그동안 이들은 둘도 없는 파트너였다. 음식점 입장에선 음식값(1인분 1만~2만원)이 부담스런 젊은 고객을 끌고 이통사는 가입자에 혜택을 주는'윈-윈'게임이었다. 이런 관계에 금이 가게 한 것은 '분담금'이다. 처음엔 깎아준 음식값을 두 업계가 반반씩 부담하는 게 보통이었지만 이통사 측이 부담을 좀 더 줄여달라고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통사 "분담금 너무 많다"=이통사와 패밀리 레스토랑은 2000년대 들어 공동 할인 마케팅을 해 왔다. 그러다 3년 전쯤부터 10~20%의 할인 혜택이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1년 단위로 이뤄지는 계약 갱신 때마다 이통업계는 분담률을 줄여 달라고 요구했다. 마침 패밀리 레스토랑의 매출이 연평균 두자릿 수 이상 비율로 늘어나는 시기와 맞물려 휴대전화 가입자들이 받아내는 음식값 할인 혜택이 만만찮았던 것이다. 실제로 영화관.빵집.놀이공원 등 할인 제휴를 맺은 업체들 가운데 패밀리 레스토랑의 비중이 20~30%에 달했다. 영세 서비스 업체들의 시선도 따가웠다. 이통사와 제휴하기 힘든 군소 식당이나 빵집 업주들은 "대자본 횡포 때문에 살 길이 막혔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영업손실이나 사회적 이미지 면에서 부담이 커져 파격 할인혜택을 지속하기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패밀리 레스토랑, 브랜드 카드로 맞서= 패밀리 레스토랑 업계의 대응 전략은 자체 회원을 늘리는 것이다. 가장 극단적인 사례는 지난해 6월 "더 이상 이통업계에 휘둘리지 않겠다"며 모든 이통사 제휴 관계 중단을 선언한 아웃백스테이크다. 곧바로 신용카드 회사와 손잡고 자사 로고를 새긴 '브랜드 카드'를 발급하기 시작했다. 아웃백이 하나은행과 제휴해 지난해 8월 내놓은 '하나 아웃백 클럽카드'가 효시 격이다. 이어 베니건스는 올 2월 '신한-베니건스 카드'를, TGI프라이데이즈는 6월 'TGIF 롯데카드'를 내놨다. 다들 ▶연회비 면제는 기본이고▶음식값 최대 30% 할인▶추첨 으로 여행권 증정▶주유 때 기름 값 할인 등 여러 혜택을 내세운다.

이른바 고객관계관리(CRM) 마케팅도 훨씬 용이해졌다. 이통사를 통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고객의 구매 성향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하면서 손님의 기념일, DM 발송 등의 회원 관리 등을 직접 할 수 있게 됐다. 단골 손님은 입맛 관리까지 가능해졌다. 이통사 회원 손님은 할인 폭에 따라 음식점을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뜨내기가 많다면 브랜드 카드 소지자들 중에는 충성고객이 많은 것도 반가운 점이다. TGI프라이데이스 마케팅팀의 임하영 과장은 "당장 이통사와의 제휴를 끊는 일은 없겠지만 장기적으로 자체 카드 서비스 비중을 늘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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