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환자』치료길 열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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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한국판 체르노빌 사고-
누구도 상상하기 싫은 끔찍한 일이지만 우리 나라에도 4곳에 총9기의 원자력 발전소가 엄연히 가동 중에 있다.
만의 하나 이 땅에서 체르노빌 또는 미국의 스리마일 발전사고와 비슷한 방사능 누출사고가 생긴다면 어떤 결과가 생길까.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인구가 밀집된 지역에서 그런 사고가 생긴다면 인명피해는 엄청날 것이 틀림없다.
최근 이런 원전사고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방사능 누출사고 대비책이 의학적 차원에서 마련돼 가고 있다.
체르노빌 사고에서처럼 방사능 누출시 피폭자의 대부분은 이른바 골수증후군에 의해 사망한다. 골수증후군은 방사능에 피폭됨으로써 체내의 조혈세포가 죽어버리는 것.
이렇게 되면 세균에 대한 저항기능 등이 떨어져 사망에 이르게 된다.
서울대 의대 김병국 교수(내과)팀은 최근 이런 골수증후군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즉 방사능 피폭의 위험이 높은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로부터 미리 일정량의 골수와 피를 뽑아내 보관했다가 방사능 사고시 이를 본인에게 재 주입시키는 방법이다.
실제 체르노빌 사고에서도 미국의 골수이식 전문가인 로버트게일 박사 팀이 소련에 초청돼 큰 활약도 했다.
골수이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골수의 장기보관법. 현재까지 알려진 방법으로는 장기간골수를 정상적으로 보관하기 어려웠다.
이는 냉동 보관시 골수세포가 균일하게 얼지 않으면 깨질 염려가 있기 때문. 세포의 삼투압을 정상적으로 유지시키는 것 또한 기술상의 난제.
그러나 김 교수 팀은 지금까지 10여가지 이상의 다양한 냉동법을 시험해본 결과 일부에서는 골수세포의 생존율을 90%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김 교수 팀은 또 이번 실험에서 골수의 상당부분을 골수조혈모 세포로 대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
골수조혈모 세포는 보통 혈액에서 얻는데 비해 골수 세포는 주사를 사용, 뼈에서 뽑아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김 교수는 『현재 자기 냉동보존법은 만족할만한 단계에 있으므로 내년에는 과기처의 지원으로 동물실험을 할 예정인데 결과는 낙관하고 있다』고 말한다.
한편 골수이식과 관련한 이번 기술의 개발은 백혈병이나 암의 치료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재생불량성 빈혈로 불리는 백혈병 환자로부터 초기에 비교적 온전한 혈액을 뽑아뒀다 필요에 따라 재주입하는 것이다. 암 치료에서도 미리 암환자의 골수를 뽑아 보관한 다음 강도 높은 방사선 요법 후 골수 재 주입이 가능하다. <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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