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 좇아 서방에 가지 않겠다"|「88」2관왕 헝가리 수영스타 다르니 "조국봉사"다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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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공산정부로부터 갖가지 특혜를 받아오던 동구의 많은 스포츠 스타들이 민주화 물결속에 새로운 부와 명예를 좇아 꼬리를 물고 서방세계로 흘러들고 있는 것이 동구 체육계의 현주소.
그러나 서울 올림픽수영 2관왕인 헝가리의 타마스 다르니(23)는 많은 유혹을 뿌리치고 초연히 조국을 지키고 있어 크게 대조를 보이고 있다.
다르니는 서울 올림픽 당시 남자혼영 2백m와 4백m에서 각각 2분0초17과 4분14초75로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2개의 금메달을 조국에 바쳤다.
그의 4백m 기록은 현재에도 세계 최고기록이며 다만 2백m 기록은 지난해에 청각장애자로 서울올림픽 당시부터 경쟁자인 미국의 데이비드 워턴에 의해 2분0초11이라는 간발의 차로 깨졌을 뿐이다.
올림픽직후 국민적 영웅이 된 다르니는 정부로부터 1만 달러의 보상금을 받아 부다페스트 구 시가지에 아파트를 구입, 승용차를 굴리며 비교적 안락한 생활을 하고있다. 그러나 다르니의 영광은 결코 거저 얻은 것은 아니었다.
6세에 처음 수영을 시작한 다르니는 시설이 열악한 부다페스트의 실외 풀에서 하루 10시간이상의 고된 훈련을 끊임없이 계속해왔던 것.
그는 그날의 목표시간을 달성하지 못하면 타마스 제키 코치로부터 T셔츠를 입고 손에 무거운 판자를 매단 채 물을 2백회 왕복하는 혹독한 벌칙을 받았는데 이는 보통 4시간 이상이나 소요되었다.
더욱이 그의 금메달은 왼쪽 눈이 거의 실명된 지체 부자유를 극복하고 따낸 인간승리란 점에서 커다란 감동을 안겨 주었던 것이다.
다르니는 12세 때 친구들과 눈싸움을 하다 왼쪽 눈을 다쳤고 2년 뒤인 14세 때 후유증이 재발, 서독으로가 4번에 걸친 대수술을 받았으나 끝내 시력을 회복치 못했던 것.
그렇지만 그는 불굴의 투혼으로 1년만에 풀로 복귀, 88년 마침내 영광을 안은 것이다.
사실 다르니는 수영 천재라기보다는 엄청난 노력가로 미시간에서 수영코치를 하고 있는 헝가리 출신의 존 우르반체크는 『그는 결코 재능이 뛰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서방세계 아무도 그만큼 많은 시간의 훈련을 감내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고 말하고 있다.
다르니는 현재 미국의 유수한 대학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일축한 채 부다페스트의 한 대학에서 호텔 및 조리학을 전공하며 틈틈이 수영에도 몰두,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을 겨냥하고 있다.
그는 지난 3월 민주 선거로 그에게 많은 혜택을 줬던 구 공산정권이 무너지고 해외이주를 권유받자 『나는 구 정권과 아무런 문제도 없었으며 새로운 정부와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더욱이 모든 사람들이 하고 싶은 바를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된 지금 왜 조국을 떠나겠는가』라며 단호히 거절했다. <김기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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