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는 용감했다…K-리그 형제 대결서 첫 역전골-동점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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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형제'가 한국 프로축구사에 새 기록을 만들었다.

남궁도(21.전북 현대)-남궁웅(19.수원 삼성)형제는 지난 26일 익산공설운동장에서 벌어진 K-리그 경기에서 맞대결, 나란히 한 골씩을 뽑아냈다. 국내 프로축구에서 김강남-성남, 유동춘-동관-동우, 차상광-상해 형제가 함께 뛴 적은 있지만 맞대결에서 골을 기록한 적은 없었다.

골은 후반 13분 교체투입된 형이 먼저 넣었다. 남궁도는 1-1로 맞선 후반 36분 통렬한 오른발 슛으로 역전골을 터뜨렸다. 이후 10여분간 경기가 지연된 뒤 인저리타임이 적용된 후반 54분, 동생 남궁웅이 고창현의 패스를 받아 극적인 동점골을 넣었다. 남궁웅의 프로 데뷔골이었다.

남궁도는 "웅이가 골을 넣는 순간 기분이 묘했어요. 내 역전골과 팀 승리를 날려버린 골을 동생이 넣었으니. 한편으로 기쁘기도 했지만 표현은 할 수 없었죠"라고 말했다.

동생은 어땠을까. "올해 프로 입단 후 형과 처음으로 맞대결을 했어요. 형이 후반 투입되는 순간 마주보고 싱긋 웃었어요. 형이 먼저 골을 넣고 제가 데뷔골을 넣었으니 기분이 최고였죠".

둘은 경기도 고양시 능곡초 5학년과 3학년때 함께 축구를 시작했다. 형이 이영무 축구교실에 들어가 공을 차는 모습을 본 동생이 "나도 같이 할래"라며 따라나선 것. 둘은 경희고에 나란히 진학, '형제 스트라이커'로 고교 무대를 휩쓸었다. 2001년 형이 전북에 스카우트 됐고, 올해 동생이 수원에 입단했다.

1m86cm.80kg의 당당한 체구인 남궁도는 힘을 앞세운 선굵은 축구를 하는 반면 1m81cm.70kg에 곱상한 얼굴의 남궁웅은 아기자기한 기술축구를 구사한다.

올림픽대표팀에는 올해 초 동생이 먼저 발탁됐지만 코뼈가 부러지는 부상으로 물러났고, 형은 9월 한.일전과 이달 올림픽예선 홍콩전에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다.

휴대전화 뒷번호가 같은 형제는 매일 한 차례 이상 통화하며 "내년 올림픽과 독일 월드컵에 꼭 함께 출전하자"며 결의를 다진다. 둘은 29일 수원에서 두 번째 맞대결을 벌인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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