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휴가 여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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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리한 장마가 서서히 걷히고 따가운 햇살이 보이자 도시 사람들의 마음이 들뜨기 시작한다. 초·중·고등학교도 방학이어서 지루한 공부에서 풀러난 아이들의 피서 가자는 성화가 점점 고조되고 있다.
가장으로서는 부득이 한 사흘이라도 아이들을 시원한 바닷가로 피서를 시켜야 할 상황에 처하게 된다.
여름 휴가를 준비하는데 가장 어려운 문제가 숙소와 교통편의 마련이다. 좋은 숙소는 대개 일찍 예약이 끝나버리므로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아담한 민박이 좋은데 직접 가서 구하려면 자동차를 타고 가는 것이 가장 편리하다.
자동차로 휴가 여행을 떠날 때 가장 곤란한 일은 중도에 차가 고장이 나서 길가에 서게 되는 상황이다. 업무상 혼자 운전하다가 고장이 나면 차를 두고 갈 수도 있으나 가족과 같이 여행하다가 고장이 나면 여간 곤혹스럽지 않다. 우선 식구가 많으니 지나가는 트럭에 편승할 수도 없고 아이들의 낙심도 매우 클 것이니 부모로서 매우 난감해지게 된다.
결국 가족과 함께 먼 여행을 떠나려면 고장이 나지 않도록 미리 차를 점검해 두어야 한다. 흔히 새차는 고장이 나지 않겠지 하며 방심한 채 길을 떠나지만 새 차도 쓰기에 따라서는 고장이 날수 있으므로 다음과 같은 점검은 꼭 해두는 것이 좋다.
첫째 차가 식었을 때 라디에이터갭을 열고 냉각수의 수면을 살펴본다. 수면이 튜브 위 1∼2cm정도 있으면 아주 좋다. 잘 알 수 없으면 둘째손가락을 넣어 첫마디 아래에 수면이 오는 것을 확인한다. 만일 수면이 튜브 아래로 내려가 있으면 반드시 물을 보충한다. 이때 절대로 주수구 목까지 채우지 않도록 한다. 물이 많다고 좋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둘째 엔진 옆에 있는 딥스틱 (엔진 오일 양을 재는 막대)을 뽑아 기름을 잘 닦아내고 다시 꽂았다가 뽑아내 유면을 살펴본다. 유면이 MIN. 아래 있으면 엔진오일을 보충해야 한다. 요즈음 엔진 오일은 성능이 좋아 자주 교환하지 않아도 윤활 작용에는 지장이 없으나 자연 소모가 있으므로 너무 오랜 기간 교환하지 않으면 유면이 내려가는 수가 있다.
결국 오일량이 모자라 캠샤프트에 충분한 기름이 올라오지 못하게 되고 베어링이 타서 붙어버리는 대형 고장이 생길 수도 있다. 유면이 충분하더라도 종이로 닦아낸 기름의 색깔이 아주 검으면 교환하는 것이 좋다.
셋째는 팬벨트를 엄지손가락으로 눌러보는 것이다.
손가락으로 눌러 1cm정도 내려가면 좋으나 2cm이상 내려가면 벨트가 파손되기 시작했다고 의심할 수 있다. 가까운 배터리 가게에서 교환을 부탁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할 일은 일찍 떠나는 것이다. 가족과의 여행은 안전할 때 즐겁다. 낮에는 해결할 수 있는 조그만 고장이나 문제들도 밤에는 어쩔 수없이 손을 못쓰는 경우가 많으므로 밝아서 목적지에 도착하도록 일찍 떠나는 것이 기초상식이다. 김천욱 <연세대 공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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