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에 빗댄 내면 세계 표현 뛰어나-『바다』|노련한 가락 돋보이나 진부한게 흠-『박물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왜 시조를 쓰는가. 쉬워서 쓰는가, 좋아서 쓰는가. 자유시와 또 다른 시의 세계를 열어 보이고 싶어서 쓰는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회답은 간단하지가 않다. 그렇다고 명쾌한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바람직한 시조, 감동적인 시조를 써보고자 하는 사람 앞엔 항상 이 질문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준비되어 있는 질문에 대한 성실한 답변의 자세로 시조를 써야한다. 시조의 미학을 철저히 터득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부단히 생각하고 감상하고 습작하면서 그러한 미학의 심부에 접근해야 한다. 그러한 노력에 덧붙여서 현대시조는 언제나 우리 시대의 가락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한 인식이 시조를 단순한 복고조의 가락으로 오해받지 않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 삶의 정서, 우리 시대의 정서를 얼마나 참신하고 긴장감 있게 시조의 가락으로 노래하는가가 좋은 시조를 선별하는 기준이 아닐까 생각된다.
김연희의 작품『바다』를 이 달의 장원으로 뽑았다. 그의 바다는 현상의 바다인 동시에 내면의 바다다. 표현의 표를 획득한 구절 구절들이 연가로서 성공하기 어려운 부진한 소재를 이 만큼의 높이로 떠오르게 했다. 최재섭의『박물관에서』와 강산의『아침등산』을 놓고 선자들은 고심하였다.
결국 노련한 최재섭의 가락에 점을 주기로 하면서도 강산의 참신성을 잊지 못한다. 최재섭은 노련하나 진부한 면이 많고, 강산은 참신하나 가볍다. 동봉한 다른 작품들도 그렇다. 그러나 강산이 좀더 많은 노력을 한다면 좋은 시인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흐린 잠』의 작자는 부담없이 상을 전개하는 능력이 있고 『까치부부』의 작자는 생활시조의 묘미를 보여주고『돌 하나』의 작자는 정형시에서 강조되는 여운의 미가 있고『가을』『목화』등에서는 대상을 서정화하는 작자의 자질이 발견되어진다. <심사위원:이우걸·김영재>
◇알림=월 1회 게재되는 「중앙 시조지상 백일장」은 독자 여러분에게 항상 개방되어 있습니다. 시조에 관심 있는 독자들은 편수와 시일에 관계없이 「서울 중구 순화동 7번지 중앙일보사 편집국 문화부 중앙시조 지상 백일장 담당자 앞」(우편번호100-759)으로 응모자의 주소·성명을 명기, 우송하면 됩니다. 응모된 작품은 시조시인 2명에게 위촉, 장원·여상·문하 각1편 및 입선 5편을 선정, 게재하며 장원·차상·차하에는 메달과 소정의 고료를, 입선에는 고료를 우송하여 드립니다. 월 장원·차상·차하를 대상으로 매년 11월말 작품을 응모 받아 연 장원을 가리며 연 장원에는 시상과 함께 기성시조시인 대우를 합니다. 경선제를 도입, 시조단 등용문으로 자리잡은「중앙시조 지상 백일장」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참여바랍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