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수출 시장-베트남 추격에 태국 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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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태국과 베트남 사이에 「쌀 수출전」이 뜨겁다.
태국은 세계 1위의 쌀 수출국.
여기에 작년부터 쌀 수출량이 급격히 늘어난 베트남이 저가 쌀을 무기로 공세를 펴고 있는 것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 (FAO)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총 쌀 수출량은 정제 미 기준으로 1천3백70만t .
이중 태국은 지난해 양호한 기후 조건에 힘입어 사상 최대인 6백만t을 수출, 세계 쌀 수출시장의 43·8%를 점유했다.
한편 베트남은 지난 88년 수출량 10만t에서 지난해에는 1백50만t으로 무려 15배의 신장세를 보이면서 태국·미국에 이어 세계3위의 쌀 수출국으로 급부상했다. 베트남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11%로 태국에 비해 아직은 낮은 수준.
하지만 베트남은 지난 88년부터 실시된 토지 사유제에 따른 농업 생산의욕 고취 및 저가 미 중심의 세계 시장 진출 전략 등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올해에도 최대 2백만t의 쌀 수출을 계획하고 있어 세계 1위 수출국인 태국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태국이 무엇보다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중급미 중심의 저가 공세를 펴고 있는 베트남이 차츰 태국산 쌀 수요국을 빼앗아가고 있는 점이다.
태국 상업 무역위에 따르면 FOB (본선 인도 가격) 기준으로 태국 최상급의 쌀이 t당 3백∼3백70달러, 저급미가 2백50∼2백80달러 수준인 것으로 발표되고 있다.
베트남은 쌀 가격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있지만 올해초 저급미의 경우 태국산보다 t당 무려 90달러 가량이나 싼 가격으로 수출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베트남산 쌀은 태국산보다 평균 30%정도 싼 가격으로 거래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 쌀 수출 시장에서 태국을 추격할 수 있을 만큼 베트남의 쌀 생산량이 크게 늘어난 것은 지난 88년4월부터 가족 단위로 토지의 사유제가 인정된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남북 베트남을 합해 전농지의 90%정도가 사유제로 바뀐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토지 사유제가 인정되기 이전까지 베트남 농민들은 지역 사회에 조직되어 있는 「합작사」 라는 공동 생산 단위에 편성돼 모내기로부터 수확·분배에 이르기까지 집단 작업을 행할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수확된 쌀의 분배에 있어서는 「평등」이 철칙으로 적용되고 있기 때문에 농민들간에 「아무리 일을 많이 해도 수입은 똑같다」는 의식이 만연해 생산 의욕이 저하돼 온 것이다.
그러나 토지 사유제가 인정됨에 따라 농민들의 생산 의욕도 높아져 수출량은 지난해의 경우 1백50만t으로 유례없는 증가세를 보였다.
「쌀 수출전」을 둘러싼 베트남 태국간의 신경전도 볼만하다.
베트남으로서는 저가미 중심의 쌀 수출 시장 확대를 외해 고급미를 주로 수출하고 있는 태국과 협상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태국 상업성의 한 관계자는 『베트남은 벌써부터 수출미 부족 현상이 발생해 외국으로부터의 주문에 응하지 못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며 『신뢰를 배반당한 고객들은 반드시 태국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짐짓 의연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박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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