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4대은행, 대북 금융거래 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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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대북 제재에 가속도가 붙는 양상이다. 국경 지역 검색 강화에 이어 금융 제재로 확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 아시아판은 20일 중국의 4개 은행이 대북 금융 거래를 중단시켰다고 보도했다. AP통신도 공상은행 등 중국의 4대 은행과 중국 내 영국 HSBC은행 지점들이 대북 금융 거래를 중단했다고 말했다.

◆ 금융 제재=신문은 "4개 은행은 중국은행, 상하이 푸둥(浦東) 개발은행, 중국건설은행, 중신(CITIC)은행"이라면서 "중국 은행 단둥(丹東) 지점의 한 관리가 '기업.개인을 막론하고 모든 거래가 중단됐다. 조치가 얼마나 오래갈지 모른다'"고 말한 것으로 전했다. 나머지 은행 측도 "대북 거래 창구를 닫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했다.

중국 은행들의 이런 움직임이 지속되면 북한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신문은 예상했다. 이런 움직임이 북한의 2차 핵실험을 막으려는 단기적 조치면서 북한이 핵 개발을 포기하게 만들려는 더 광범위한 차원의 행동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북 무역 규모가 가장 큰 국경도시 단둥의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단둥의 중국동포 사업자 박모 사장은 20일 "오늘 오후 중국 건설은행에서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며 "최근 거래 중지 명령이 내려왔고 이를 재개하라는 지시가 아직 없다는 말을 직원들이 했다"고 전했다.

은행의 조치에 민감한 영향을 받는 북한 기관들은 규모가 큰 외화벌이 회사들이다. 1만~2만 달러씩 거래하는 조그만 회사는 소위 달러와 물건을 '맞교환'하지 은행 거래는 하지 않는다. 당이나 인민군.보위부 등이 운영하는 부강.대흥.대성과 금성공사 같은 회사들은 한번에 몇십만 달러씩 중국 측과 은행을 통해 크게 거래한다. 따라서 4대 은행의 조치가 다른 은행으로 번져 주거래 은행들이 다 끊기면 북.중 거래처엔 아주 불편한 상황이 벌어진다. 거래를 하려면 돈을 '보따리에 싸들고다녀야'하기 때문이다. 보따리상이면 몰라도 큰 거래는 불편해지고 결국 거래가 끊길 수 있다.

◆ 왜 꼬리 내렸나=중국은 동북아 불균형, 김정일 정권의 붕괴 가능성 때문에 미국의 대북 금융 제재 동참 압력을 외면해 왔다. 그러나 실제론 내부적으로 취약한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9월 18일 시작된 미국의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대한 조사가 1년 이상 넘어가던 시기인 2006년 9월. 중국의 6자회담 대표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이 한국을 방문했다.

우 부부장을 접견한 정부 당국자는 "미국이 BDA의 58개 계좌를 1년씩 조사해도 아무것도 못 밝혔다. 북한이 반발하니 중국이 이런 문제를 지적하고 BDA 제재를 풀라고 미국에 요구하는 게 어떤가"라고 말했다. 그러자 우 부부장은 "사정은 이해한다. 그러나 우리 사정이 있어 그런 요구를 미국에 할 수는 없다"며 난처해했다.

안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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