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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에 허덕이는 라이베리아|미의 독재정권 지원이 "불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라이베리아의 오늘날의 비극은 미국의 독재정권지원에서 비롯됐으며 이제 미국은 라이베리아의 민주정부 출범에 기여해야할 때라고 미 말보로대 고든 토머슨 교수가 주장했다. 다음은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에·실린 토머슨 교수의 기고문 요지.【편집자주】
미국과 라이베리아 양국 관계는 미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맺어져온 것이 사실이다. 라이베리아는 미국에 전략적 이해가 달려 있는 나라여서 미국은 10년동안 독재자 새뮤얼 도를 기꺼이 지원해왔다.
라이베리아는 사하라사막 주변 국가들 중 가장 활발하게 미군과 정보기관의 활동근거지로 이용되어온 나라다.
미국은 라이베리아와 장기간에 걸친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있으며 그 조약에 근거, 라이베리아에 신속 배치군(83년 이후 중동군으로 개칭됐음) 기지를 두고 있다.
미국은 라이베리아를 통해 앙골라의 반정부 게릴라에게 무기 등 물자를 공급하고 있기도 하다.
80년대 초 라이베리아는 사하라 주변국 중 1인당 미국 원조액이 가장 많은 나라였으며 미국은 도대통령 측근들이 원조액 중 수백만 달러를 가로채고 있는 것을 알고도 묵인했었다.
87년 말 미국은 17명의 전문가를 파견, 미원조의 낭비와 부패를 중단토록 종용했으나 이
전문가들은 88년11월 도 정권에 환멸을 표시하며 임무를 포기했다. 그 뒤로 미국은 5억달러 이상을 쏟아 부을 수밖에 없었다.
87년 라이베리아에는 마약거래로 번 돈을 정당한 돈으로 탈바꿈시켜 주는「돈 세탁」회사 5곳이 설립됐으며 그 뒤로 라이베리아는 파나마를 대신할「돈 세탁」장소로 가장 완벽한 국가역할을 해 왔다.
반군지도자중 가장 부각되고 있는 찰스 테일러가 집권자 도 대통령을 대신할 인물이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는 반군을 이끄는 동안 인권신장과 민간정부 수립·민주적 선거제도·경제개혁 등을 주장할 기회를 여러번 가졌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도 정권의 최후가 임박한 지금 미국이 선택할 방향은 두 가지다. 임시 민간정부로 하여금 내전을 종식시키고 자유선거를 준비토록 함으로써 서아프리카 국가 경제 공동체를 주도하도록 지원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나아가 민주선거에 의한 민간정부를 세움으로써 미국과 균형된 관계를 유지토록 동기부여를 하는 방안도 있다. 이것만이 미국의 이익을 장기적으로 보존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미국은 무력으로 정권을 탈취함으로써 라이베리아 국내에 반미 감정만을 고조시켰다. 미국은 대규모 살상을 자행하는 정부를 지지해서는 안 된다. 워싱턴 정부는 최근 마침내 라이베리아 정부가 반군이라는 혐의로 비무장 민간인에게 가한 가혹행위에 대해 항의했다.
서방측 대사관들은 친정부파로 간주되는 사람들에 대한 반군의 살상행위도 즉각 중지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라이베리아가 현재 직면하고있는 내전보다도 더 심각한 것은 식량부족이다.
전쟁으로 인해 농작물의 파종시기를 놓친 농민들은 오는 10월의 추수시기에 거둬들일 식량이 거의 전무한 상태다.
기아는 벌써부터 역병처럼 라이베리아 전역에 퍼져 있다.
유엔은 즉각적인 대 라이베리아 식량원조를 단행해야 한다.
그러나 이 식량원조는 정당하게 선출된 민간정부에 대해주어져야 한다.
지난 10년간 미국이 라아베리아에 지원한 5억2천만 달러의 원조가 강력한 군대의 육성에만 기여했음을 명심해야한다.
이제 미국은 라이베리아에 막대한 해악을 끼쳤음을 깊이 인식하고 무장이 해제된 정부, 민주적인 정부의 탄생을 성의있게 도와줌으로써 라이베리아의 「피의 윤회」를 막아야 한다.
군사정부에 대한 모든 지원행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
가난하고 부패한 군사정부는 결코 라이베리아를 재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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