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부총리, 내년 14억 달러 경상 적자 예상하며 "아주 작은 수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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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경상수지가 14억 달러(약 1조3000억원) 적자로 예상된다지만 아주 작은 수치다."

권오규(사진) 경제부총리는 19일 정례 기자브리핑에서 내년 경상수지 적자 전망에 대해 '큰 문제가 아니다'라고 여기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대다수 전문가들은 내년 경상수지가 10년 만에 적자로 돌아설 전망인 데다 불황을 타개할 뾰족한 대책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 핵실험까지 겹쳐 경제에 먹구름이 더 짙어지는 데 부총리가 이같이 경제 현실을 바라보는 것은 안이한 태도라고 지적하고 있다.

권 부총리는 이날 경상수지 적자와 관련한 질문에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 경상수지를 14억 달러 적자로 예상했는데, 한국의 연간 교역규모가 6000억 달러를 넘는다"며 "경상수지가 사실상 균형일 것이라는 입장과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상황을 종합할 때 경상수지가 적자로까지 반전하리라고는 예상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KDI는 17일 내년 경상수지가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14억 달러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출 등으로 상품수지는 흑자를 나타내지만 해외여행 급증 등으로 서비스수지 적자 규모가 커져 경상수지에 빨간불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경제연구원 배상근 연구위원은 "경상수지 문제를 소폭 흑자냐 적자냐의 잣대로 재단하면 안 된다"며 "경상수지의 적자 전환은 우리가 고환율.수출 증대 등으로 10년간 누려온 혜택이 사라지면서 경제 체질이 바뀐다는 심각한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권 부총리는 또 "일자리 창출 등에 서비스 산업이 중요하다"며 "11월께 서비스업 규제완화 방안을 내놓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달 말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이슈가 되는 서비스 수지(경상수지에 포함)가 우리 경쟁력의 척도는 아니다"라며 서비스수지 적자의 주된 요인인 해외 유학에 대해서도 "단기적으로는 성장에 마이너스 요인이지만 이들이 돌아오면 우리 경제에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권 부총리는 이날 북한 핵실험이 외국인 투자에 미치는 파장에 대해서도 "구글과 캘퍼스의 투자 결정에서 나타난 것처럼 아직 영향이 크지 않다"며 "외환위기 때도 외국인 직접투자는 큰 문제가 없었고 주식투자도 매각하고 나가는 비중이 10%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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