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동!소보원] 보험 광고할 땐 "각종 질병 보장", 실제론 이것 빼고 저것 빼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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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그러나 보험사에선 지급할 수 없다고 했다. 자궁근종은 약관에서 보장하는 질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보험이 보장하는 부인과 질환은 '여성 생식기의 비염증성 장애, 여성 골반 내 장기의 염증성 질환' 등 이름도 알기 힘든 것뿐이었다.

건강보험에 가입했던 회사원 최모(43)씨 역시 입원 치료를 받은 뒤 아무런 보험금을 받지 못했다. 지난해 병원에서 '중대뇌동맥 협착 및 메르니에병'이라는 진단을 받고 입원 치료를 받았다.

이에 보험사에 보험금 지급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약관에 중대뇌동맥과 관련된 질환에 대한 내용이 있긴 하나 '폐색' 증상까지 있어야지 '협착' 증상만으로는 보장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게 보험사 측 설명이었다.

고령화 사회가 진행되면서 보험사마다 CI(Critical Illness.중대한 질병)보험을 비롯한 각종 질병보장 상품을 내놓고 있다. 상당수 회사가 마치 모든 질병을 다 보장하듯이 상품명을 쓰거나 안내서에도 보장 대상을 모호하게 해 놓아 이와 관련한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03년부터 올 3월까지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질병 관련 보험금과 관련, 접수된 피해구제는 121건이었다.

보험 상품을 보면 몇몇 대표적 질병을 보장 대상에서 빼거나 진단 요건을 까다롭게 규정해 놓은 경우가 있다. 치료를 받은 뒤 보험금을 제대로 받기 위해선 가입할 때 보험사 설명만 믿지 말고, 약관을 꼼꼼히 확인해 보는 수밖에 없다. 일단 질병에 걸려 치료를 받게 됐을 때는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조건, 수술 보장 범위 등을 미리 확인하고 담당 의사의 소견서도 챙겨 두는 게 좋다.

이재석 한국소비자보호원 금융보험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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