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 베이스볼' 전성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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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PO → PO → 삼성과 가을잔치

승승장구 '5년 전과 닮은꼴'

구단도 재계약으로 화답

프로야구 저녁 경기가 있는 날이면 김인식(59) 한화 감독은 오후 4시쯤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낸다. 실제로는 그보다 두어 시간 먼저 도착해 스포츠 마사지를 받는다. 2004년 12월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재활에는 성공했지만 아직도 오른쪽이 예전 같지 않다. 그래서 3월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됐을 때 주위에서 걱정도 많이 했다. 하지만 그는 '휴먼 베이스볼'로 한국 야구를 당당히 4강에 올려놓으며 '김인식 신드롬'을 일으켰다.

그가 이번에는 한화를 이끌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1995년(OB.현 두산)과 2001년(두산)에 이어 자신의 세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는 것이다. 마침 올해 과정이 5년 전과 똑같아 더욱 기대를 걸고 있다. 당시 두산은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에 올랐고, 삼성을 꺾고 우승했다. 올해도 한화는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에서 삼성과 만났다.

이번에도 우승하게 되면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 '최고의 해'를 맞는다. 김 감독은 18일 기쁜 소식을 들었다. 한화 구단이 '올해로 계약이 끝나는 김인식 감독과 재계약하기로 했다'는 보도자료를 낸 것이다. 조건은 담겨져 있지 않았다. 믿음의 표시였다.

'믿음'은 김 감독의 트레이드 마크다. 한화의 감독이 된 2005년, 전문가들은 한화를 최하위 후보로 꼽았다. 그러나 한화는 지연규(37).김인철(35) 등 한물갔다고 여긴 선수들이 펄펄 날았고, 문동환(34)이 에이스로 거듭나면서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올해는 한국시리즈까지 올라왔다.

김 감독에게는 '재활공장 공장장'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 별명에는 '믿고 기다려 준다'와 '능력을 알아본다'는 의미가 동시에 담겨 있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맹활약한 김태균과 이도형도 '믿고 기다려 준' 감독에 보답한 성격이 짙다.

그렇다고 마냥 기다리는 것은 아니다. 과감하고 빠른 승부수도 던진다.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5번 이도형이 부진하자 이범호를 5번으로 올렸고, 이범호는 홈런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는 정규 시즌에서 한 번도 쓰지 않았던 1번(고동진), 2번(클리어) 타순으로 4-0 낙승을 만들었다. WBC를 통해 국민 스타로 떠오른 김 감독이 2006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기 위한 마지막 시험을 남겨두고 있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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