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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권수호 최후보루” 1년9월/제헌절42돌… 헌재 어제와 오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헌법소원등 총 4백93건 처리/보안법「고무ㆍ찬양」도 위헌 판결/정치적 고려­현실 사이서 운신 고민
17일은 제42회 제헌절­.
48년 7월12일 제정된 헌법은 그동안 8차례의 개정을 거치며 대한민국의 주춧돌이자 기둥역할을 해왔다.
「법중의 최고법」이기 때문에 개정때마다 온국민의 관심을 집중시켰고 독재자들에 의한 굴곡의 역사가 흐를 때에는 수난을 겪으며 국민과 영욕을 함께 해왔다.
6공들어 민주화의 물결속에 헌법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탄생한 기관이 바로 헌법재판소.
88년9월 설치된 헌법재판소(소장 조규광)는 지금까지 1년9개월동안 적극적인 헌법해석을 통한 악법혁파와 부당한 공권력 행사로 인한 기본권침해구제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제헌절을 맞아 헌법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는 헌법재판소의 구성과 기능 등을 살펴본다.
◇구성=소장을 포함해 상임재판관 6명,비상임재판관 3명 등 9명의 재판관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재판관은 임기 6년으로 대법원의 대법관과 같이 장관급이다.
인용결정은 7명이상 참석,6명이상의 찬성으로 이루어진다.
조소장을 비롯,변정수ㆍ한병채ㆍ이시윤ㆍ김양균ㆍ김문희재판관이 상임이며 이성렬ㆍ김진우ㆍ최광률재판관이 비상임으로 설립당시부터 헌법재판소를 끌어오고 있다.
재판관들은 매주 월요일 오후2시 한자리에 모여 사건합의를 하고있으며 치열한 법률논쟁과 위헌여부 정당성주장으로 밤늦게까지 회의를 열기 일쑤다.
재판관중 조소장은 법관출신 변호사로 법조계의 신망이 높아 초대 헌법재판소장으로 영입됐으며 나머지 8명은 법원ㆍ검찰ㆍ정당 등의 추천을 받아 임명됐다.
이 때문에 재판관들 사이에 헌법해석을 두고 보수ㆍ중도ㆍ진보파로 각각 3명씩 분류되고 있다는게 헌법재판소만의 특징이기도 하다.
위헌여부에 대한 최종결정과는 반대의사를 표시하는 소수의견을 가장 많이 낸 재판관은 변정수재판관이며 한병채ㆍ김진우재판관이 그 뒤를 잇고있다.
◇사건처리=그동안 위헌법률심판 2백23건,헌법소원심판 5백26건 등 모두 7백49건이 접수돼 위헌결정 12건,합헌결정 35건,기각 2백39건 등 4백93건이 처리됐으며 2백56건이 심판계류중이다.
위헌결정된 법률은 지난해 1월25일 국가상대가 집행을 금지한 「소송촉진특례법」 6조를 시작으로 은행담보물의 법원경매결정에 불복할때 채무자에게 경매가격의 50%를 공탁토록한 「금융기관 연체대출금 특별조치법」 5조2(89년 5월24일)가 잇따랐다.
또 필요적 보호감호(10년)를 규정한 「구사회보호법」 5조1항(89년 7월14일)과 국회의원 입후보자 기탁금을 국고귀속토록한 「국회의원선거법」 33,34조(89년 9월8일),변호사 개업지를 제한한 「변호사법」 10조2항(89년 11월20일) 등이 위헌결정됐다.
탈세목적이 아닌 재산의 제3자명의 등기에 높은 증여세를 물리게한 상속세법 32조2(89년 7월21일)와 80년 공무원 무더기 해직의 근거가 됐던 국가보위 입법회의법 부칙 4항(89년 12월18일)이 헌법위반이라고 선언했다.
공권력행사로 침해받은 기본권을 구제해 달라는 헌법소원도 4건이 받아들여졌는데 군대라 하더라도 구타ㆍ가혹행위를 금지한 얼차려(기합) 통제규정을 벗어난 상급자의 과도한 기합에 대한 불복종은 형사처벌대상이 안된다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이밖에도 반국가단체활동에 대한 단순고무ㆍ찬양처벌은 위헌이라며 국가보안법 7조1,5항의 위헌성을 인정했으며 검사의 모든 불기소처분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수 있다는 헌법소원청구범위를 확대하는 결정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기능인 정당해산심판과 탄핵심판ㆍ권한쟁의 심판 청구는 한건도 접수되지 않았다.
◇문제점=헌법재판소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결정의 파급효과가 워낙 엄청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구사회보호법 5조1항의 위헌결정때는 결정기일까지 잡아 놓았다가 법무부측의 로비로 연기되기까지 하는 등 정치적인 고려와 현실적인 부담때문에 과감한 결정에 소극적이라는 일부 재야 법조계의 지적도 있다.
교원노조를 금지한 사립학교법 58조는 99건이나 계류돼 있으며 존폐여부가 큰 관심을 끌고 있는 간통죄위헌심판청구도 접수된지 1년이나 낮잠을 자고있다.
또 구체적인 권리구제방법인 헌법소원인용률도 극히 낮아 5백26건이 접수돼 겨우 6건만이 인용결정됐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대표간사 황인철ㆍ50)은 제42회 제헌절을 맞아 16일 오후3시 연세대 장기원기념관에서 「헌법해석과 헌법재판」이라는 주제의 헌법문제토론회를 갖고 지난 88년 문을 연 헌법재판소의 활동과 위상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였다.
국가보안법 및 노동쟁의 조정법의 「제3자개입금지」 조항들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합헌결정사례와 사립학교법의 위헌성들을 중심으로 전개된 이날 토론회에서 주제발표 및 토론자들은 대부분 「헌법의 수호자」라는 국민의 기대를 받고 태어난 헌법재판소가 정치적 파장이 크지않은 사안에 관해서는 과감한 위헌결정이나 헌법소원을 받아들이면서도 권력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걸려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불리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유약한 태도를 견지해왔다고 주장했다.<김석기ㆍ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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