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장악음모 규탄”이 명분/방송사 연대제작거부 왜 나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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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방송법 개정 장기집권 포석” 노조/“기득권 방어 위한 반발일뿐” 정부
방송관계법개정안의 국회 통과에 항의하는 MBCㆍKBSㆍCBSㆍPBC 등 방송 4개사노조의 제작거부는 단일목표를 가진 대정부연대투쟁이라는 점에서 종전의 개별적인 제작거부와는 성격을 크게 달리하고 있다.
이번 연대제작거부는 지난4월 두차례의 경찰력투입으로 일단락된 KBS사태의 후유증이 계속 되고 있는데다 언노련ㆍ국민연합 등 재야단체,야당과의 공동투쟁까지 예정된 상태에서 쉽게 진정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방송4사 노조로 구성된 「방송악법저지 공동대책위」는 이미 연대투쟁 및 가두투쟁을 선언했고 각사노조도 간부 및 비조합원의 대체방송까지 저지하는 등 강도높은 단계적 제작거부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각 방송사노조는 공권력 투입ㆍ집행부 구속 등 최악의 사태를 각오하고 방송개정안 백지화요구를 관철시키겠다는 결연한 각오를 보이고 있어 처음부터 제동장치없는 초고속열차의 질주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
방송노조가 주저없이 최후의 카드인 제작거부를 동시에 선택한 것은 정부가 방송법개정을 통해 언론을 장악,일본 자민당식 영구집권을 꾀하고 있다는 시각에서 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가 단숨에 확대된데는 문제의 법안이 국회문공위에서 「날치기」통과됐고 본회의에서 곧바로 통과되고 말았다는 긴박성도 크게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방송사 노조측은 그러나 이번의 초강경대응이 자사이기주의에서 비롯 됐다는 주장을 한마디로 일축하고 있다.
실제로 정부의 「개정안의 개정」조치로 자사관련 「독소조항」이 수정ㆍ삭제된 KBSㆍCBSㆍPBC가 방송성격상 민방출현으로 어느정도 타격을 받게될 MBC보다 높은 투표ㆍ찬성률로 제작거부를 결정한 것은 결코 자사이기주의로는 설명될 수 없다는 것이다.
동시제작거부는 특정사에 예상되는 영역축소ㆍ이익침해에 대한 대응이 아닌 방송전반에 걸친 총체적인 압력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주장이다.
이에반해 정부측은 기존방송사 노조가 민방도입에 따른 새로운 경쟁상대의 출현으로 예상되는 기득권침해를 우려해 자사이기주의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보고있다.
문제가 된 쟁점가운데 공익자금부분은 국민세금의 성격을 띠므로 정부가 관장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교육방송의 분리운영문제는 교육열이 유난히 높은 한국적 특수상황에서 독학에 의한 학사학위 취득제도 등을 뒷받침하기 이한 것이므로 뉴스 등을 하는 일반방송과는 다르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한편 MBC노조의 12일자 노보특보에는 「민방에 대해서는 사내에서도 찬반이 엇갈리므로 설득력있는 대응논리개발이 시급하다」는 조합원 의견이 실려 노조원사이에도 이견이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아무튼 복잡한 성격을 띠고 있는 이번사태는 민자당측이 국회본회의에서도 실력으로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바람에 한층 수습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정부는 80년 언론통폐합식의 방송장악을 꾀한다는 여론의 화살을 피하기 어렵게 될 것이며,방송사노조도 목적달성을 위해 국민의 방송을 볼모로 삼는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이하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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