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닭고기 중금속 충격|식탁까지 오른「환경오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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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시판 닭과 돼지고기에서 허용 기준치를 훨씬 초과한 카드늄. 비소 등 유해 중금속이 검출 됐다는 농촌 진흥청 가축 위생 연구소의 조사 결과는 우리의 환경 오염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일깨워 주고 있다.
국내 생산 축산물의 유해 물질 잔류량 실태 조사와 유해 물질의 잔류 방제 대책 수립 자료 마련을 위해 실시된 이번 조사는 돼지와 닭의 콩팥에서 검출된 유해 중금속 잔류량이 인체에 유해 가능성이 높은 수준까지 이 것으로 밝혀져 더욱 충격적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경기·충남 등 전국적으로 허용 기준치 0.1PPM인 카드뮴은 전체 돼지의 70%, 닭의 11.1%에서 기준치를 초과 해 검출 됐고 비소는 돼지의 6.2%, 닭의 8.9%에서 각각 허용 기준치 0.2PPM을 초과한 양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돼지가 닭에 비해 유해 중금속 검출 수치가 높은 것은 돼지 수명이 상대적으로 길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돼지의 경우는 통상 2년 정도 되면 도축 돼 시중에 판매되고 있으나 닭은 돼지에 비해 4분의1 정도인 생후 6개월 내에 도계 돼 소비자에게 공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카드뮴·비소·수은 등 유해 중금속들은 체외로 배출되지 않고 오랜 기간에 걸쳐 체내 콩팥·간 등 장기에 축적 돼 중독 증세를 일으키고 있어 유해 중금속 잔류량의 단순 수치보다는 섭취 기간이 더 문제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사에서는 오염 원인을 정확히 밝히지는 못했지만 사료 첨가제와 사료에 위해 중금속이 함유되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축산물의 중금속 오염 현황을 조사하기 시작한 것은 82년 미 대사관측이 당시 자국에서 문제가 되던 닭 콩팥의 중금속 검출 결과를 가지고 국내의 현황을 문의, 조사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본격적인 연구 조사 활동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한편 유해 중금속 검출 현황 못지 않게 도축장 위생검사 실태도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국내 도축·도계장은 위생적 식육 공급을 위한 정밀 검사를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선진 외국 도축장에서는 혈액검사·해부·조직검사 등 병리 관계는 물론 잔류 농약 등 유독성 물질이 함유 돼 있는지를 확인하는 이 화학 검사와 미생물 검사까지 실시해 이상이 발견되면 폐기 처분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도축장에는 정밀 검사 기자재가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외국에 비해 10여배가 넘는 과중한 업무 부담 때문에 수의사들이 부실한 육안 검사 밖에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서울대 농대 이영순 교수(46·수의 보건학과)는『발표는 되지 않았지만 몇 해전 닭에서 유해 항생 물질이 발견된 적도 있다』면서『인체에 유해 가능성이 큰 중금속이 검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국민 위생 측면에서 유관 연구 기관이 합동 조사를 벌여 원인 규명을 서두르는 한편 이를 계기로 양적 생산 체계에서 질적 생산 체계로 전환하는 축산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고 말했다.【수원=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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