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서독축구의 원동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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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전차군단」서독이 월드컵 세 번 우승의 위업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축구환경을 갖고 있는데 기인하고 있다.
영국에서 시작된 축구는 남미와 유럽에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지만 그 중에서도 서독을「축구의 교과서」라 지칭하면서 세계축구의 이상향으로 삼고있는 것은 이론과 실제가 함께 잘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30년 이상 세계축구를 풍미하고 있기 때문이다.
34년 이탈리아 월드컵대회에 처음 출전한 이래 서독은 14회 동안 내리 출전한 브라질을 제외하고는 가장 많은 12회 대회에 출전해 오히려 세 번 우승을 차지한 브라질이나 이탈리아를 제치고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서독은 54년 스위스대회, 74년 서독대회에 이어 이번 대회 우승으로 세 번째 월드컵 3회 우승국이 되었으며 38년 프랑스대회 1회전 탈락을 제외하면 준우승3회(66·82·86), 4강 3회, 8강 2회 등을 마크, 월드컵게임 68회를 치름으로써 FIFA(국제축구연맹)1백66개국 중 최고를 기록하게 됐다.
서독이 50년대 후반부터 항상 월드컵 우승 후보대열에 낄 수 있었던 것은 2차대전후 경제재건을 통해 사회가 풍요로워지면서 정착된 분데스리가와 철저한 클럽운영제도 덕분.
차범근이 10년 동안 활약, 국내에도 잘 알려진 서독 분데스리가는 요즈음 이탈리아·프랑스의 프로리그에 다소 밀리는 듯 하지만 여전히 세계축구의 중심무대로서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다.
1, 2부 리그 18개 팀씩으로 구성된 분데스리가는 매년9월 시작, 다음해5월까지 홈앤드어웨이로 34게임씩을 소화하는데 유럽은 물론 세계각지에서 온 스타플레이어들이 참가해 화려한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많은 스타플레이어들이 이탈리아나 프랑스·스페인 등으로 진출하지만 70년대까지만 해도 세계 축구 선수들이 한번쯤은 꼭 진출해보고 싶어했던 곳이 바로 분데스리가.
이번 월드컵에 출전한 24개국 5백28명의 선수중 절반정도가 서독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한 경험이 있고 카메룬의 노장 스타 로제 밀러(38)조차『분데스리가에서 뛰는 것이 꿈』이라고 할 정도.
분데스리가로 대표되는 서독축구가 이처럼 성행할 수 있었던 것은 철저하게 회원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클럽제도의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이다.
1899년 설립된 서독 최초의 슈투트가르트키커 클럽의 경우 회원이3천 명으로, 보유하고 있는 정규 축구장만도 30개에 이르고 있으며 회원 가족과 클럽소속 선수들에게만 개방된다.
현재 서독에는 2만1천여개의 축구클럽에 등록선수만도 4백70만 명에 달하는 엄청난 기반을 갖고 있는데 클럽별로 나이에 따라 체계적인 훈련을 철저히 시키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이밖에도 서독에는 코칭스쿨과 심판스쿨이 있어 해마다 우수한 지도자와 심판들을 양성하고 있는데 특히 쾰른대에 개설한 푸스발레러(축구정규교사과정)는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축구지도자 코스다.
쾰른대 푸스발레러에는 입학요건도 까다로워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한 경력이 필수로 매 학기 3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푸스발레러 출신들은 분데스리가 뿐 아니라 세계 어느 클럽에서도 지도자로 인정받고 있을 정도며 베켄바워도 바로 이 코스를 마쳤다. <임병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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