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작업현장의「병」고쳐 생산성 향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기업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병에 걸리는 수가 있다.
불량률이 갑자기 높아진다든지 작업속도가 떨어질 경우 원인을 재빨리 찾아내 고치지 않는다면 치열한 생존경쟁사회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다.
특히 기업은 사람과 달리 어디가 고장났는지를 모르고 지내는 수가 많기 때문에 끊임없는 예방과 점검이 필요하다.
의사가 사람의 병을 고치듯 생산현장의 이상유무를 진단하고 처방전을 내리는「공장의 의사」들이 있다.
김영황씨(50·정보 컨설팅 대표)는 이 같은 일을 하는「기술지도사」다.
전기·전자·섬유·화학·기계·금속·토목·건축 등 업종별로 나뉘어있는 기술지도사는 현재 전국에 모두 1천2백여 명.
고도의 전문성과 지식·경험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상공부에서 매년 자격시험을 실시하고 있다.
작업현장의 결함을 찾아내 고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지도사가 하는 익은 다양하다.
『공장이 기찻길 옆에 있다면 작업장의 소음방지에 신경을 써야하고 주변 교통·도로사정 등도 원자재·제품수송 및 종업원 출퇴근 등에 중요한 변수가 되지요.』
김씨는 이 때문에 고객인 기업으로부터 의뢰가 오면 우선 입주 환경부터 본다.
다음은 작업장내에서의 품질·공정·설비·자재 등 분야별 현장점검.
이 과정에서 종업원들에게 필요한 기술을 가르치고 부서·개인별 일감도 고르게 돌아갈 수 있도록 조정하며 굽거나 휜 생산라인은 곧고 짧게 고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찾아낸 문제점은 개선방안과 함께 해당기업에 보고서 형태로 제출되며 필요에 따라서는 개선효과에 대한 사후점검도 실시한다.
『기업마다 특수성이 있지만 건강한 기업은 자재반입에서부터 생산·출하까지 제품의 흐름에 막힘이 없습니다.』
김씨가 경험을 통해 얻은 결론이다.
지도기간은 짧게는 1주일 단위에서부터 최장 3∼4년까지 의뢰하는 등 기업마다 천차만별이다.
보통 지도사 3∼4명이 하나의 기업에 대해 합동지도를 하게되며 하루 용역비로 1인당 5만∼10만원정도를 받는다.
기업이 직접 의뢰를 해오거나 중소기업진홍공단·중소기협중앙회·은행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의뢰주문이 들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늘 일감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지도사가직접 기업을 찾아 나서는 경우도 있다.
또 고객 중 거의 대부분이 중소기업으로 아직은 제도 자체가 낯설고 지도업무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도 일반화돼 있지 못한 상태라는 것.
그러나 정부에서도 지도사 양성 등에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있으며 스스로도 산업보국의 첨병이라는 긍지를 갖고 산다고 한다.
김씨는 부산대 화공학과를 졸업한 뒤 (주)대한정유공업, (주)영진국철공업, (주)엘칸토 등에서 기술자생활을 거쳐 지난80년 전공인 화공분야의 자격증을 따고 지도사로 변신했으며 지난해 3월부터 60여 명의 각 부문별 지도사를 둔 전문지도 회사를 차려 운영하고 있다. <민병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