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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ㆍ동구에 도시이름 바꾸기 “열풍”(지구촌화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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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동독 마르크스시 켐니츠로 복원/레닌그라드도 개명 추진… 공산이념 파산의 증거
현재 소련ㆍ동유럽에서 일고있는 사회주의의 전반적 퇴조현상의 구체적 예로 최근 서련ㆍ동유럽국가들 도시마다 때아닌 「이름 바꾸기」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동독의 카를 마르크스시는 지난 3월 시민투표에 따라 구명인 켐니츠로 개칭했으며,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의 명문 카를마르크스대는 최근 부다페스트경제대학으로 교명을 바꿨다.
동유럽에서 일기 시작한 이 바람은 드디어 사회주의 종주국 소련에까지 불어 이때문에 소련의 지도제작자들은 골머리를 앓고있다.
가장 극적인 예는 소련혁명의 아버지 레닌의 이름을 딴 소련 제2의 도시 레닌그라드에서 일고 있는 시명 바꾸기운동이다. 레닌그라드시민중 상당수는 시명을 옛 제정러시아시대의 명칭인 페트로그라드 또는 페테르스부르크로 바꿀 것을 주장하고 있으며,개중에는 성페테르스부르크라고 「성」자를 붙일 것을 요구하기까지 한다.
레닌그라드 TV의 인기뉴스 프로인 「6백초」는 최근 이문제를 집중 보도했으며 비공산당원이 다수 진출한 시의회에서도 주요 의제로 채택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레닌그라드 TV의 편집자인 나타샤 벨라예바여사는 시명바꾸기 운동이 소련의 국부 레닌에 대한 모독이 아니며 『다만 우리들의 원래 뿌리로 돌아가려는 것일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루지야공화국 수도 트빌리시시의 트빌리시 공과대학에선 교명에서 이미 레닌이란 이름을 삭제했으며,교정에 있던 레닌동상을 철거해 버렸다.
소련의 이름바꾸기는 이미 상당히 진행돼 있다. 고리키시의회는 최근 소련사회주의적 사실주의문학의 아버지인 막심 고리키 이름 대신 옛시명인 니즈니 노브고로드로 개칭하기로 결정했다.
전소련 공산당서기장이었던 레오니트 브레즈네프의 이름을 딴 브레즈네프시도 이미 구명인 나베레즈니에 첼녜로 바꿨으며,스탈린의 심복이었던 안드레이즈다노프의 이름을 딴 즈다노프시도 역시 옛이름인 마리우폴로 바꿔버렸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이와는 반대의 움직임도 있다. 볼가강가의 볼고그라드에선 최근 나치전승 45주년 맞아 옛이름인 스탈린그라드로 돌아가자는 보수파그룹이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볼고그라드는 독재자 스탈린이 죽은후 스탈린 격하운동에 따라 지난 61년 볼고그라드로 개명한 바 있다.
현재 소련ㆍ동유럽에서 일어나고 있는 지명바꾸기운동은 오늘날 사회주의권이 처한 이데올로기적 파산이자 그에 대한 보상작용으로 과거의 전통으로 돌아가려는 복고주의적 감정의 표현이라 할수 있을 것이다.<정우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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