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대출 기준 바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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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금융감독원은 내년부터 은행의 대출채권에 대해 원금 또는 이자 가운데 하나라도 연체하면 연체대출로 간주하도록 연체 기준을 바꾼다고 15일 밝혔다. 지금은 원금을 연체하거나 한 달 이상 이자를 내지 못할 때에만 연체로 파악된다.

그러나 은행이 대출 고객에게 적용하는 연체 기준은 현행 제도를 유지하기로 해 이번 제도 변경으로 대출 고객이 불리해지지는 않는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은 연체 기준을 합리화하고 감독 기준을 국제적 기준과 맞추기 위해 은행 대출 연체 기준을 내년 1월 1일부터 바꾼다고 밝혔다.

현행 원금 기준은 이자를 한 달까지 연체해도 원금 전체를 연체하는 것으로 보지 않고 원금이 연체되는 시점부터 연체대출로 취급하고 있다. 대신 한 달 이상 이자를 연체하면 원금을 연체한 것과 마찬가지로 봐 연체대출로 취급한다. 하지만 내년부터 도입되는 원리금(원금+이자) 기준은 이자나 원금 중 하나를 하루라도 연체하면 곧바로 원금 전체를 연체한 것으로 보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자를 하루라도 연체하면 곧바로 원리금 전체에 대해 높은 이율의 연체이자를 물어야 한다. 그러나 김중회 금감원 부원장은 "은행이 대출 고객에게 연체이자를 부과할 때 적용하는 연체 기준은 금융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현행 원금 기준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 달 이내 이자를 연체할 때는 연체된 이자 부분에 대해서만 연체이자를 내는 현행 제도가 그대로 적용된다는 뜻이다.

은행 관계자도 "현재 여신거래기본약관에 1개월 이상 이자를 연체하거나 분할상환금을 두 차례 미납하는 경우가 '기한 이익의 상실 사유'(원금 상환 기한이 남아 있더라도 고객의 잘못으로 이를 바로 상환해야 하는 경우)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연체 기준 변경이 고객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 당국이 은행에 적용하는 연체 기준과 은행이 대출 고객에게 적용하는 기준이 달라지는 데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선진국도 새로 도입되는 기준처럼 별개로 운용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은행이 고객에게 적용하는 연체 기준을 바꿀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그러나 연체율을 산정할 때는 1개월 이상 연체된 원리금만 연체대출로 잡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원금 연체분 중 한 달 이내 연체부분은 연체율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은행 연체율이 0.1%포인트 정도 하락할 것이라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반면 부실채권 비율과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늘어날 전망이다. 새 기준을 올 6월 말 은행 상황에 적용해 보면 부실채권 비율은 1.02%에서 1.03%로 상승하고 대손충당금 적립액도 12조5100억원에서 12조5900억원으로 늘어난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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