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독후의「체제이질감」치유 도움된다"방화『길소뜸』독일서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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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남북분단과 한국전쟁으로 인한 이산가족문제를 다룬 임권택 감독의 『길소뜸』(85년 작)이 최근 서독BR3TV를 통해 서독전역에 방영돼 통일을 앞두고 있는 독일인들에게 깊은 공감의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길소뜸』은 지난83년 KBS의 이산가족 찾기 운동 당시 전쟁 중 외아들을 잃어버린 어느 어머니가 가까스로 자식과 비슷한 청년을 찾아냈지만 결정적인 증거가 없어 끝내 자식임을 확인하지 못하고 만다는 내용으로 지난87년 시카고영화제에서 특별부문인 평화메달 상을 받은 작품이다.
이번 임 감독의 『길소뜸』이 서독에서 방영된 것은 임 감독이 지난1일 폐막된 뮌헨영화제의 「감독주간」감독으로 초청돼 영화제 첫날(6월23일) 『길소뜸』이 시사됐는데 이를 본 영화제관계자들로부터 통독 후의 문제점을 시사하는 영화라는 평이 나오자 BR3TV가 서독국민들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결정해 이뤄졌다.
영화제에서의 『길소뜸』시사 후 관객들과 영화평론가들은 이 작품이 냉전시대의 아픔을 현재의 시각에서 재조명한 선구적 작품이며, 특히 통일을 눈앞에 둔 독일로서는 『길소뜸』이 던진 메시지가 바로 통독 후에 닥칠 여러 문제 중 하나를 정확하게 찌른 것이라는 반응을 나타냈었다.
이들은 이산가족간 안부조차 확인이 힘든 한국과 왕래가 가능한 서독간의 분단상황은 크게 다르지만 40여년 가까이 떨어져 다른 체제, 다른 문화환경에서 생활한 이질감은 깊은 후유증과 함께 그 치유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데서 각별한 관심을 표했다.
『길소뜸』은 생이별의 아픔을 겪는 이산가족의「동물적」한을 축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한편으로 다른 환경에서 떨어져 살아온 사람들의 문화적 갈등도 함께 보여주고 있어 가족차원을 넘어선 사회문제를 제시해 이점이 독일인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해주고 있다.
BR3TV는 『길소뜸』방영 전 임 감독과의 인터뷰를 생방송으로 내보내고 10분간 임 감독의 작품세계를 소개했다.
『길소뜸』방영 후 독일의 에르하트 하우프 감독은 『길소뜸』의 주제와 같이 통일된 독일이 장차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문제를 평범한 개인의 일상 속에서 찾아내는 작품을 제작하겠다 임 감독에게 의견을 구하기도 해 더욱 주목을 끌었다.
한편 뮌헨영화제 기간『씨받이』등 9편의 임 감독작품이 시내극장에서 하루 2회 상영됐는데 입장권이 모두 매진되는 인기를 끌었다.
임 감독은 뮌헨영화제 후 스위스에서의 『씨받이』상영을 위해 스위스 영화배급회사의 초청을 받아 7일까지 스위스에 머무르고 있다. <이헌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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