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42억 징수…동전 무게 2백t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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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서울 장충동∼이태원간을 잇는 남산 2호 터널을 9월부터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남산 1, 2, 3호 터널·북악터널·금화터널 등 서울 시내 5개 유료 터널 중 통행료 징수 시한이 끝나 통행료를 면제키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
남산 2호 터널은 70년12월4일 개통 이후 지금까지 20년간 통행료 총 징수액은 42억원.
터널 건설 당시 비용 18억1천5백만원과 이자 15억2천5백만원을 합한 원금 33억4천만원을 빼면 8억6천만원을 벌어 장사치고는 그다지 재미를 못 본 셈.
총 징수액을 1백원짜리 동전 무게로 따지면 약 2백t에 이르며 그동안 요금을 안내고 이용한 얌체 차량을 빼고도 4천2백만대가 터널을 이용한 꼴이다.
현재 서울 시내 6개 유료 도로 중 하루 평균 징수액은 남산 3호 터널이 6백30만원으로 가장 많고 2호 터널은 79만원으로 3호 터널의 10%를 조금 넘는 맨 꼴찌.
서울시는 계산상으로는 총 징수액이 투자 원리금을 넘어서 이득을 보았다고 하지만 그동안 갖은 보수 공사 비용·인건비·관리비를 따지면 손익 분기점은커녕 밑지는 장사를 했다며 올해 초 건설부에 징수 기간 연장을 신청했었다.
그러나 건설부는 외형상으로 일단 투자 원리금은 건진 셈이고 알부자로 알려진 서울시가 웬 엄살이냐며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시 측에서도 통행료 징수 과정이 빚는 교통 체증이라는 문제점과 서울시가 돈벌이에만 급급 한다는 좋지 않은 인상을 줄 우려가 있어 예정대로 8월말까지만 요금 징수를 하기로 했다.
2호 터널 개통 당시의 요금은 오토바이 30원, 삼륜차·승용차 60원, 트럭 90원, 특수 차량 1백20원으로 차종에 따라 달랐으며 터널 출입구의 게이트에서 서울시 직원들이 일일이 손으로 돈을 받고 요금을 거슬러주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적으로 직원들이 통행료를「삥땅」하는 사례가 속출, 81년 말부터 자동 징수기가 설치됐고 징수함의 열쇠도 담당 은행의 직원만이 가질 수 있도록 했었다.
지금은 차가 밀리 것은 때문에 징수기와 연결된 신호등과 차단기를 융통성 있게 운영하고 있지만 징수기 설치 당시에는 징수기에 동전을 제대로 집어넣지 못하거나 10원짜리 동전이 들어가면 차단기가 내려오고 부저소리가 요란스럽게 울러 각가지 해프닝이 연출되기도 했다.
서울시 관계자들은 8월말 게이트 철거 때 2호 터널의 자동 징수기도 모두 철거, 앞으로 1호·북악 쌍굴 터널 징수기로 활용하는 알뜰한 계획도 미리 세워놓았다며 여유를 보이고 있지만 앞으로 보수비·유지비를 서울시 예산에서 부담해야 하는 데다 통행료가 없다는 이유로 차량들이 2호 터널로만 몰리면 어쩌나 하고 내심 고민중이다. <이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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