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대리운전 1인 월소득은 164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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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수입 1백64만 원, 하루 평균 15.8㎞ 운행.'

열린우리당 박상돈 의원이 13일 국회 건설교통위의 건교부 국정감사에서 최근 우후죽순처럼 늘고 있는 대리운전 업계의 현황과 실태를 자세히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박의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6,681개 업체에서 8만2천 명의 대리운전자가 일했으며, 업체들은 하루 평균 46만1천 건의 '콜'을 받는 호황을 누렸다고 14일 경향신문이 보도했다.

대리운전자 1인의 월소득은 중소기업 초봉과 비슷한 수준인 1백64만 원. 수도권 운전자들이 1백70여만 원을 벌어들인 데 비해, 광역도시와 지방도시 운전자들의 수입은 각각 1백20여만 원, 1백34만 원으로 다소 편차가 있었다. 수입배분은 '운전자 80%, 사업자 20%'의 관행에 따라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리운전자들은 하루 평균 8.4시간의 근무시간 중 3.8시간(15.8㎞ 운행) 동안 운전대를 잡았고, 이들의 월평균 근무시간은 23.5일이었다.

대리운전 업계 규모가 커진 주원인은 '수요 증가'이지만, 진입장벽이 낮은 것도 한 원인으로 꼽혔다. 대리운전업을 하려는 사람은 관할 세무서에 사업자등록만 하면 되고, 창업비용도 크게 들지 않는다. 대구시에선 전화설치비(6만 원)와 홍보물 인쇄비(10만 원) 등 16만 원으로 창업한 사례도 있었다. 대리운전자로 취업하는 길도 간단하다. 2종 보통운전면허와 주민등록증 등 신분증만 있으면 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부작용도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리운전자 10명 중 6명가량이 보험 미가입자였다. 미가입 대리운전자에 의해 사고가 발생하면 차주가 피해보상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게다가 대리운전자들이 수입 극대화를 위해 과속이나 신호위반을 하는 경우가 많아 사고율이 택시보다 1.8배나 높았다. 대리운전 이용자의 28.8%는 업체에 전화할 때 든 요금 외에 대리운전자가 '팁' 등을 요구하는 바람에 시비를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박상돈 의원은 "정부가 대리운전업에 대한 별도의 관리체계를 갖추지 못한 게 문제"라고 지적한 뒤 "건교부가 주무기관의 역할을 수행하고, 경찰청이 협의기관이 돼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digit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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