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영업중단 전국 확산/“손해 못본다”투자자들 시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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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0% 60여개 지점 셔터내려
주가하락을 막기 위해서는 영업창구의 문을 닫아야한다는 일부 투자자들의 억지때문에 증시가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달 30일 광주지역의 증권사지점들이 셔터를 내리고 영업을 중단한데 이어 2일에는 서울ㆍ전주ㆍ대구ㆍ춘천 등의 증권사 지점도 문을 닫는등 증권사들의 영업중단사태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2일 영업을 중단한 지점은 60여개소에 이르러 전국 6백여 지점중 10%가량이 주식매매업무를 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투자자들이 시위를 하면서 증권사 문을 닫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매물이 쏟아져나와 주가가 떨어지니 투자심리가 안정될때까지 아예 주식시장을 휴장시키면 주가하락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지극히 단순한 논리에서다.
증권사직원들은 투자자들의 협박과 폭력에 못이겨 할수 없이 문을 닫거나 「증시안정때까지 자진 휴장하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쓰기까지 했다.
투자자들의 시위가 날이 갈수록 위협적이 되다보니 증권사직원들 중에는 『정말 문을 닫아버리는게 차라리 속편하겠다』면서 자포자기에 빠진 사람도 있다.
그만큼 증시가 무질서해지고 영업창구 분위기가 갈수록 살벌해지고 있다.
주가가 떨어져 손해를 보자 이를 만회하기위해 신용융자까지 얻어 무리한 투자에 나섰던 투자자들은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평균 22%가량 하락함으로써 본전마저 다날리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이렇게되자 이들중 일부는 증권사직원들을 위협,반대매매를 하지 못하게 하는가 하면 손해본 만큼 물어내라는 생떼를 쓰기도 한다.
무질서한 증시에 대해 당국의 조치가 너무 미온적이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2일의 경우에도 서울 명동의 증권빌딩에는 2백여명의 투자자들이 몰려와 지점셔터를 내리게 하는등 시위를 벌였음에도 경찰은 전경 15명을 입구에 배치하고 말았을뿐 이들의 시위를 적극적으로 막지 않았다.
주가가 떨어질때마다 고질적으로 재발되는 투자자들의 폭력시위는 기본적으로 「손해란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바뀌어지지 않는한 근절되기 어렵다는 견해가 많다.
증권관계자들은 현재 80조원에 이르고 있는 총시가총액중 10%정도인 8조원어치의 물량만 소화해내면 하락국면을 진정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지난해 12ㆍ12조치후 투신사등에서 소화한 물량이 4조원 가까이 되고 증시안정기금이 이미 7천3백억원어치의 물량을 소화했으며 앞으로의 여력이 3조3천억원이상이 되므로 매물압박을 견뎌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투자자들의 폭력시위는 언제까지 방치될 것인가. 투자자들의 의식개혁이 필요하다.<손장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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