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독의 교훈…국력 신장으로 통일 주도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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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미일 양국의 겸비한 접촉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양국의 이같은 움직임은 특히 지난달 5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렸던 한소 정상 회담 이후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접촉 시도와 그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 5월초 중국 북경에서 있었던 제9차 미·북한 접촉에서 6·25전쟁 중 실종된 미군 유해 5구의 반환에 합의한 것을 시작으로 미·북한간 접촉 레벨이 공사급으로 격상되고 아머코스트 주일미 대사의 「북한 변화 유도 촉진책 강구」 발언 등이 연이어 보도되고 있어 교류가 가속화하고 있는 양상이다.
또 일본의 경우 최근 가이후 총리가 북한을 비합법적 정부로 생각한 적이 없으며 북한에 대해서도 과거 한반도 침략을 사죄할 용의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에 앞서 나카야마 외상도 지난날 4일 북한이 한반도의 새로운 움직임과 관련해 일본과의 국교 수립 등을 요청해온다면 언제라도 적극 응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측이 한일 관계가 불편해질지도 모를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러한 발언을 공공연히 하고 있는 것은 「북한 카드」를 최대한 활용, 한국의 대소 관계 개선을 견제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미일 양국의 이러한 움직임과 관련. 최근 우리 정부는 최호중 외무장관이 『정부로서는 기본적으로 북한과 미일 등 우방간의 관계 개선을 적극 지원할 용의가 있지만 이는 북한이 대남 무력 적화 통일 노선을 포기할 때에 한해 가능한 것』이라고 밝혀 북한이 무력 남침을 포기하지 않는 한 우방국들과의 관계 개선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입장을 누구보다 갈 알고 있는 미일이 대북 접촉을 공공연히 꾀하고 있는데는 자국의 이익 추구를 위한 것임을 우리 모두 직시해야할 것이다. 아울러 여기서 짚고 넘어 가야할 것은 남·북한간의 평화적 공존과 대남 무력 적화 통일 노선 포기를 전제로 하지 않는 북한과 미일간의 접촉 증대·관계 개선은 고립무원의 국면에 처해 있는 북한의 입지를 강화시켜 남북 대화의 진전을 어렵게 하는 동시에 한반도 문제에 대한 주변세력들의 영향력을 확대시켜주는 역효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최근 동·서독이 통일의 문턱으로 들어서고 있는 것은 물론 동서 양 진영간의 해빙 무드에 힘입은바 크지만 그렇게 되기까지에는 서독의 국력이 주변 강대국들이나 미소의 영향력에 구애받지 않을 수준으로 커버린데 더 큰 원인이 있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미일의 일방적인 대북 접촉을 우려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우려가 통일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정부나 국민 모두 각오를 새롭게 하고 국력 신장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박재호 <경기도 광명시 철산 3동 단독 필지 226의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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